[Culture]‘카라얀의 여인들’ 서울의 밤 유혹

  • 입력 2008년 5월 30일 02시 58분


클라리네티스트 마이어

바이올린의 여제 무터

다음달 1,3일 내한공연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탄생 100주년인 2008년. ‘카라얀의 여인들’이 서울 무대에 나란히 선다. 6월 1, 2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칠 클라리네티스트 자비네 마이어(48)와 6월 3일 예술의전당 무대에 설 바이올린의 여제 안네 소피 무터(45). 두 사람 모두 카라얀에게 일찍부터 발탁됨으로써 음악생활을 시작했고 이제는 그 그늘을 벗어나 자신들만의 일가를 이루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데뷔 이래 30년 가까이 지속되어온 그들의 음악 여정은 자신들의 악기 음색만큼이나 서로 다르게 시작되었다. 두 사람은 모두 독일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 주 출신이다. 》

하지만 바이에른주에 가까운 크라일스하임(마이어의 고향)과 스위스와의 국경 지대에 위치한 라인펠덴(무터의 고향)의 물리적인 거리만큼이나 시작은 서로 차이가 있었다.

현존 최고의 클라리넷 연주가 중 한 사람인 자비네 마이어는 스물세 살 때인 1982년 카라얀에 의해 베를린 필하모닉 최초의 여성 수석주자로 발탁되어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카라얀의 독단적인 결정에 반발한 단원들은 그녀의 입단을 반대하고 이를 계기로 카라얀과 오케스트라는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된다. 실력과는 무관하게 카라얀과 오케스트라 간의 정치적 불화의 희생양이 되고 만 것이다.

결국 그녀는 이듬해인 1983년 5월, 9개월 만에 스스로 퇴단했다. 하지만 이후 그녀의 커리어는 오히려 더욱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솔로 연주가로서 전세계를 누비는 한편 EMI 음반사와의 다양한 녹음 활동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의 슈퍼 스타로 등극하게 된다. 초기의 시련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 셈.

전후 독일이 낳은 최고 신동으로서 어린 나이부터 일찌감치 주목받았던 무터의 경우는 마이어보다 더욱 눈부셨다. 1976년 열세 살의 나이로 루체른 페스티벌에서 데뷔하자마자 카라얀에게 전격 발탁되어 그 후 10여 년간 카라얀의 음악 인생 최후의 협연자로서 클래식 음악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무터.

그러나 그런만큼 1989년 갑작스러운 카라얀의 죽음은 그녀에게 세상의 종말과 같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후 한동안 공백기를 갖고 자신을 되돌아본 그는 1990년대 들어 자신의 입지를 차근차근 다져가며 다시 한 번 정상의 위치에 등극했다.

마이어와 무터는 솔로로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실내악 리더로서도 존재감이 남다르다. 마이어는 1988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비네 마이어 관악 앙상블’을 창설해 세계 최고의 목관 앙상블로 군림해 왔다.

무터는 1999년부터 노르웨이의 젊은 실내악단 트론헤임 솔로이스츠와 정기적으로 공연을 갖고 있다. 이 악단과 협연할 때 무터는 협연자일 뿐만 아니라 리더이자 지휘자로서의 역할까지 아우른다.

성차별과 힘겨루기의 희생양(마이어)이었든, 신동으로서의 성장통(무터)을 겪었든 두 사람은 진정한 대가로 거듭나는 과정에선 공통점이 많다. 그 과정은 놀랍게도 스승 카라얀의 그것과 닮아 있다. 그들은 고독 속에서 자신을 중심으로 또 하나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간 마에스트로 카라얀으로부터 가장 큰 유산을 물려받은 셈이다.

마이어와 무터는 이제 연주 분야의 최고 대가라는 명성을 넘어 음악 전반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들의 나이 어느덧 사십대. 연주가로서는 이미 정점에 도달해 있는 그들을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때다.

유정우 음악칼럼니스트

:공연정보:

△안네 소피 무터 & 트론헤임 솔로이스츠

6월 3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비발디 ‘사계’, 바흐 바이올린 협주곡 BWV 1042 등. 5만∼20만 원. 02-780-5054

△자비네 마이어 & 서울시향

6월1, 2일 오후 7시 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크로머 두 대의 클라리넷을 위한 협주곡 등. 3만∼12만 원. 02-780-5054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