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매체의 가치, 디지털시대엔 더 커져”

  • 입력 2008년 5월 13일 02시 59분


세계 60개국 출판인 700여명 한자리에

‘출판 올림픽’ IPA 서울총회 개막

《“종이매체는 과학기술과 정보를 전달해 발전의 동력을 만들고 사회적 화해와 공존의 길로 이끄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디지털 시대에도 이 역할은 여전히 지속될 것입니다.”(백석기 대한출판문화협회장·국제출판협회 서울총회 조직위원장) 제28차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가 12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출판 올림픽’이라 불리는 IPA의 올해 서울총회에는 세계 60개국 700여 명의 출판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들은 개막 심포지엄 ‘책의 길, 공존의 길’을 시작으로 15일까지 활자매체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위한 공존 가능성을 타진한다.》

“고교생과 교수가 동일한 권위 부여받는 現 인터넷 환경 위험”

“동아일보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 지식기반사회 조성 기여”

○ 디지로그, 종이와 디지털의 공존

이번 총회는 무엇보다 21세기 디지털 시대를 맞아 종이 인쇄매체의 가능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이어령 이화여대 명예석좌교수는 이를 ‘디지로그(Digilog·디지털과 아날로그의 합성) 시대의 개막’으로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쇄기술을 바탕으로 한 지식정보는 가격이 없는 게 아니라 가격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중요한 가치 시스템”이라면서 “인터넷 환경에서 이러한 정보가 무상으로 통용되고 있지만 그 존재 가치는 갈수록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 마리아 카바네야스 IPA 회장도 활자정보의 가치를 강조했다. 카바네야스 회장은 개막사에서 “무료로 제공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러한 정보지식을 어떻게 지식으로 제공하고 특정 정보를 유용하게 만드느냐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IPA는 지구상 가장 창의적인 사업인 세계 출판 및 언론의 발전 및 자유를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나흘간 진행되는 26개 섹션도 ‘인터넷시대 종이매체의 공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유재건 출판사 ‘그린비’ 대표는 이날 섹션 ‘번역권, 다양성을 위한 도전’에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이 지배하는 21세기는 속성상 접근의 용이성과 쌍방향성을 추구한다”면서 “종이매체의 저작권은 공정 이용을 강화해 저작의 권리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회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왜곡된 정보 확산을 일삼는 누리꾼의 행태를 꼬집는 움직임도 있었다. ‘아마추어의 숭배’를 쓴 미국작가 앤드루 킨은 “신문이나 책 같은 기존 전통매체가 격앙된 의견을 남발하는 ‘사이비 인터넷 전문가’들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면서 “익명의 고교생과 대학교수가 동일한 권위를 부여받는 현 인터넷 환경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 인터넷을 넘는 종이매체의 미래

불법 복제나 저작권 등과 관련해 인쇄매체의 정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 환경에 대한 논의도 다양하다. 마이클 케플링거 세계지적재산권기구 부사무총장은 기조연설에서 “21세기 디지털 환경은 정보가 가공돼 전달되는 과정을 완전히 탈바꿈시켰다”면서 “종이매체는 물론 인터넷 등 모든 정보 전달 과정에서 지식 권한을 보호하는 세계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번역권, 다양성을 위한 도전’ ‘저작권 이해 조정’ ‘불법 복제와의 싸움에서 배운 교훈’ 등 비중 있는 섹션도 마련됐다.

인터넷 시대에 맞춰 독서 진흥을 위한 언론의 역할에 주목하기도 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한국의 독서문화 진흥과 그 좌표’에서 “동아일보의 ‘2008 책 읽는 대한민국’ 캠페인처럼 한국의 언론들은 독서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해 미래의 지식기반 사회에서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15일 오후 4시 폐막식에서 세계출판인 결의문도 발표된다. 심포지엄 ‘아시아 출판의 과제와 미래’의 좌장을 맡은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미래 디지털 환경 속에서도 종이매체의 권한과 공공재적 존재 가치를 확인해 그 유효성을 선언하는 내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5일까지 26개 주제 논의▼

종이매체 미래는… 저작-번역권 보호는… 출판의 혁신은…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는 총 26개 섹션을 통해 출판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소주제를 다룬다.

6개의 전체회의와 18개 분과회의로 구성된 서울총회는 3가지 이슈로 나뉜다. ‘새로운 역할’ ‘새로운 도전’ ‘새로운 길’로 나뉜 이번 회의들은 21세기 종이매체의 역할 제고, 저작권 및 번역권의 환경 변화, 학술 및 출판교육의 전통과 혁신 등을 다룬다.

13일 ‘새로운 도전’에서는 아시아 출판 환경에 대한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룬다. 심포지엄 ‘아시아에서의 출판의 자유’는 미얀마 베트남 태국 등의 출판 현장을 확인하고 각 지역에서 표현의 자유가 얼마만큼 보장되고 있는지를 가늠한다. 아울러 중국출판공작자협회의 양더옌 씨가 ‘중국 출판의 오늘’을 발표하며, 동아시아 출판 관계자들이 참석하는 ‘아시아 출판의 과제와 미래’도 열린다.

15일 ‘새로운 길’에서는 새로운 종이매체 환경에 초점을 맞췄다. 옌스 밤멜 IPA 사무국장이 좌장으로 나선 심포지엄 ‘뉴미디어-뉴플랫폼’을 시작으로 미국 작가 앤드루 킨이 ‘사이비 인터넷 전문가’란 주제를 발표한다. ‘도서전의 미래’ ‘새로운 독자 창출, 도서 마케팅 전략’ ‘독서 진흥’ 등 출판과 관련한 미래 시장 개척에 중점을 둔 섹션이 진행된다.

12일 ‘새로운 역할’에서는 헤르만 스프라우트 IPA 부회장이 진행하는 심포지엄 ‘책의 길, 공존의 길’ 등에서 21세기를 맞아 종이매체가 나아갈 공존의 길을 탐색했다. 14일에는 서울총회에 참석한 세계 출판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파주출판도시와 비무장지대(DMZ)를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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