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국보 황금유물 감상할 좋은 기회”

  • 입력 2008년 4월 21일 02시 54분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에 대해 “황금 유물 등은 이란의 국보가 아니라 세계의 국보로 세계 주요 문명의 하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전에 대해 “황금 유물 등은 이란의 국보가 아니라 세계의 국보로 세계 주요 문명의 하나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기원전 6세기 후반 고대 오리엔트를 통일하고 약 200년 동안 중앙아시아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대영토를 지배했던 페르시아. 로마에 앞서 세계 최초의 제국을 건설했던 그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의 찬란했던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기획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가 22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한다. 동아일보 국립중앙박물관 이란국립박물관 SBS가 공동 주최한다. 3월 8일 취임해 페르시아전의 마무리를 다듬고 있는 최광식(55) 국립중앙박물관장을 19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22일부터 ‘페르시아展’ 여는 최광식 국립중앙박물관장

국립중앙박물관장에 취임한 지 한 달 반 남짓. 최 관장은 국립박물관 업무를 파악하고 지방의 11개 국립박물관 현장을 돌아보느라, 그리고 박물관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방안을 모색하느라 바쁜 날을 보내고 있다.

“앞으로 수요자 중심의 전시 기획, 지방 국립박물관의 활성화, 전시실 재구성 등에 역점을 두고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전시 기획과 전시실이죠. 구석기, 신석기, 청동기처럼 고고학 유물 중심으로 전시하다 보니 고조선과 부여가 없습니다. 역사실은 문헌 사료에 중심을 두다 보니 고려시대가 없습니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는 쪽으로 전시 구성과 방법을 찾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최 관장에게 수요자는 우리뿐 아니라 외국인도 포함된다. 일본의 역사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으려면 우리 문화를 외국에 널리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 외국의 박물관에 설치된 한국실 운영도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2002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한국실에 간 적이 있습니다. 조선 도자기가 있었는데, 글쎄 그게 일본 오사카동양도자미술관 소장품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소장품이 아니라 일본 소장품을 전시해 놓다니. ‘아직도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구나’라고 오해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의 문화재를 외국 박물관의 한국실에 자주 대여해야 합니다.”

이번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특별전은 최 관장 취임 후의 첫 행사. 그의 기대는 각별하다.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그러나 꼭 알아야 할 세계 주요 문명의 하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전시입니다. 이집트 그리스 마야 잉카 등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관심을 가질 만한 세계 문명전을 기획하고 싶습니다.”

최 관장이 꼽는 이번 전시의 매력은 출품 유물의 높은 수준.

“그동안 외국 유명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국내 전시는 이름에 비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전시는 다릅니다. 정말로 좋은 유물이 많이 왔습니다. 이란국립박물관의 좋은 유물이 다 서울에 와서 지금 이란박물관은 볼 게 별로 없다고 할 정도니까요.”

그중에서도 황금유물이 최고라고 최 관장은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의 신라 금관처럼 화려하고 정교한 금속공예술을 보여주는 데다 금이 주는 친숙함과 매력 때문이다.

“‘날개 달린 사자 모양의 뿔잔’ 같은 유물을 보세요. 이것은 이란의 국보에 그치지 않고 세계의 국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세계 최초의 제국이란 명성에 걸맞게 화려하고 위대한 유물들입니다. 특히 동물이 디자인에 많이 등장하는데, 우리도 전통적으로 동물을 좋아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많은 관객이 친숙하게 느낄 겁니다.”

이번 특별전은 고대 페르시아와 한반도의 교류 양상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회이기도 하다. 경북 경주 황남대총에서 출토된 페르시아계 유리잔, 계림로 고분에서 출토된 중앙아시아계 장식보검 등 실크로드를 통해 들어온 페르시아와 서역 유물 18점이 함께 전시되기 때문. 최 관장은 “이미 5, 6세기에 그 멀고 먼 페르시아와 신라가 교류를 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1500년 전 신라와 고대 국가가 이미 세계화돼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페르시아의 영광의 역사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고대 국가와의 문화교류 양상을 살필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고 교육적이다. 유물뿐 아니라 페르시아, 이슬람, 현대 이란으로 이어지는 이란의 과거와 현재에 관한 영상물도 상영해 이해를 도울 계획이다.

최 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과 이란의 21세기 문화 교류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이란과 우리는 석유와 같은 경제 분야 교역에만 관심을 가져 왔습니다. 그런데 이란에서 지난해 드라마 ‘대장금’의 최고 시청률이 86%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증거겠죠. 우리도 이란의 문화를 이해해야 합니다. 이번 페르시아 특별전이 그 계기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시는 22일∼8월 3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9월 29일∼12월 21일 국립대구박물관에서 열린다. 02-793-2080, www.persia2008.com

:최광식 관장:

△고려대 사학과 졸업, 고려대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 취득 △고구려연구재단 이사 △고려대 박물관장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 위원 △저서: ‘한국 고대의 토착신앙과 불교’ ‘고대 한국의 국가와 제사’ ‘백제의 신화와 제의’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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