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과 구상 사이 균형찾기… 이동기 ‘더블 비전’ 展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확 달라졌다.

한국적 팝아트를 구현해온 대표 작가 이동기(41)의 작품에 추상작업이 등장했다. 미키마우스와 아톰을 결합해 만든 고유의 아이콘 ‘아토마우스’로 알려진 인기 작가의 변신은 뜻밖이다. 서울 청담동 갤러리 2에서 열리고 있는 ‘더블 비전’전에 나온 신작들은 120호에서 300호로 규모도 커지고 내용도 변했다. 2개로 분할된 화면. 두꺼운 물감의 질감이 살아 있는 추상의 불규칙한 세계와 아토마우스의 깔끔하게 정돈된 세상이 공존하는 그림이다.

“한 가지로 규명되지 않는 것, 세상의 복잡성을 담고 싶었어요. 보는 사람에 따라 추상과 구상 작업을 물질과 비물질의 구도, 혹은 그 반대로도 볼 수 있죠. 아토마우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가 하고 싶은 작품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커졌죠. 많이 고민한 끝에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시도한 변화를 모아 봤습니다.”

아토마우스가 입에서 물을 뿜는 ‘샘’, 비디오카메라 화면이 담긴 ‘카메라 테스트’ 등 작품마다 강렬한 색감과 에너지의 추상 작업이 자리한다. 예전부터 추상의 정신성을 동경해 왔다는 그의 추상화면에서 전해지는 내공은 만만치 않다. 얼굴에 음영을 보탠 아토마우스도 더욱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현대미술은 두 가지 방향으로 나가고 있습니다. 현실을 초월해 숭고한 세계와 형이상학을 추구하는 작가, 현실을 기록하고 끊임없이 베껴 쓰려는 작가로 나뉘죠. 전 세계 작가들은 둘 중 한 길을 선택해 극대화하지만 나는 다른 방향으로 실험하고 싶습니다. 두 영역 사이 균형을 생각하는 것이죠. 내 작품의 키워드를 말한다면 ‘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만화와 음악 등 대중문화와 밀착된 그의 작품들은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사이의 관계를 들여다보는 시도인 셈이다. “둘의 경계를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가치 판단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나는 단지 그 현상을 바라보는 작가일 뿐이죠.” 그의 작업에 반응이 있다는 것은 작가의 문제의식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목이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그의 말처럼 아토마우스는 점차 다층적이며 복합적 이미지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9일까지 전시를 마친 뒤 4월 3∼26일 같은 장소에서 이미지의 증식과 복제를 거듭하는 ‘버블’ 시리즈 작품들을 보여준다. 02-3448-2112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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