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울고 웃긴 말말말

  • 입력 2007년 12월 24일 03시 02분


코멘트
《올해도 세 치 혀에서 쏟아진 말이 세상을 들썩였다. ‘기부 천사’인 가수 김장훈 씨의 “행복해지기 때문에 기부한다”는 말은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론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불량상품”(노무현 대통령) 등과 같이 반목에서 나온 거친 말도 적지 않다. 극단적인 대결이 벌어졌던 탓인지 품위 있는 촌철살인이나 유머보다는 가시 돋친 비난이나 뻔한 거짓말, 후회스러운 말이 많았던 한 해였다. 》

■ 정치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07년. 유력 정치인들은 당내 후보 경선과 치열한 선거전을 벌이면서 수많은 말을 쏟아냈다.

1년 내내 ‘BBK 연루 의혹’에 시달렸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범여권이 “한 방이면 보낼 수 있다”고 파상 공세를 펴자 7월 30일 인천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선출 합동연설회에서 “한 방이 아니라 헛방”이라고 맞받아 쳤다. 이 당선자는 “3월에도 한 방에 간다, 4월에도 한 방에 간다, 7월에도 또 한 방에 간다. 검증청문회 전에 한 방에 간다. 요즘은 또 8월에 한 방에 간다고 합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당선자는 “지금은 사면초가(四面楚歌)가 아니라 사면노가(四面盧歌)의 상황”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말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5월 당 지도부가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바꾸려 하자 “원칙을 걸레처럼 만들어 놓으면 누가 그것을 지키겠느냐”면서 “고스톱 판에서도 패를 돌리고 나서 규칙을 바꾸는 법이 없지 않느냐”고 일침을 놓았다. 박 전 대표는 1월 노무현 대통령이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제안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해 한동안 회자(膾炙)되기도 했다.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대통령 후보는 11월 부산 유세에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회창 후보처럼 살아라, 이명박 후보처럼 살아라’ 이렇게 가르칠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한 사람은 ‘졸부 후보’, 또 한 사람은 ‘귀족 후보’”라고 비난했다.

민주신당 경선에 출마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정동영 후보에게 ‘버럭 근성’을 보여줬다. 이 전 총리는 9월 한 TV 토론에서 정 후보가 “이 후보와 저는 서울대 동기로…”라고 말을 꺼내자 “아, 그 친구 이야기 좀 그만하세요. 공적인 자리에서…”라고 호통을 쳤다.

이회창 후보는 11월 7일 대구에서 유세 도중 계란을 맞자 “계란 마사지를 했다. 덕분에 피부가 더 좋아진 것 같다”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여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은 11월 22일 한 강연에서 이 후보에 대해 “자신의 무능과 잘못으로 두 번씩이나 집권 기회를 잃게 만든 장본인이 자신이 몸담았던 정당과 후보에게 비수를 들이대고 있다”며 “먼저 인간이 돼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올해 초 “독재자는 힘으로 통치하고 민주주의 지도자는 말로써 정치를 한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은 잇달아 설화(舌禍)를 일으켰다.

노 대통령은 6월 참여정부평가포럼 초청 연설에서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을 겨냥해 “토론 한번 하고 싶다”면서 “그놈의 헌법이 못하게 하니 단념해야죠”라고 말해 헌법의 수호자가 돼야 할 사람이 헌법을 비하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노 대통령은 정윤재 전 대통령의전비서관과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 등의 비리 사건에 대해 “깜도 안 되는 의혹”(8월 31일 PD연합회 기념식), “꼭 소설 같다는 느낌”(9월 3일 방송의 날 기념축사)이라고 말했으나 결국 “할 말이 없게 됐다”(9월 11일 긴급 기자간담회)고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10월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된 말도 흥미를 자아냈다. ‘꼿꼿 장수’란 별명을 얻은 김장수 국방부 장관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은 이유에 대해 “악수를 할 때 고개를 숙이면 부딪칠 것 같아서…”라고 재치 있게 둘러댔다.

김 국방위원장은 노 대통령에게 평양에서 하루 더 머물기를 제안하면서 “대통령이 결심 못 하십니까”라고 물었고 노 대통령은 “작은 것은 내가 결정하지 못 한다”고 받아 넘겼다.

[화보]이명박,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

■ 사회

BBK 사건의 핵심 인물 김경준 씨의 한마디에 정국이 요동치기도 했다.

“와우(Wow).” 김 씨는 11월 16일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해 취재진을 향해 ‘씨익’ 웃으며 이런 감탄사를 외쳐 자신감의 표현인지 위장인지 모르겠다는 말이 오갔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11월 26일 취임식에서 BBK 사건과 관련해 “‘있으면 있다’ 하고, ‘없으면 없다’고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은 BBK 사건의 수사 결과 발표가 8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에 대한 수사처럼 애매하게 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원칙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은 장관 재직 시절 “뜨거운 난로를 만지면 손을 데어야 하듯 불법 파업을 엄단해야 한다”는 등 법치를 강조하는 소신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누려는’ 사람들과 ‘지키려는’ 사람들의 말은 또렷한 대조를 이뤘다.

가수 김장훈 씨는 월세 아파트에 살면서 10년간 30억 원을 내놓은 사실이 알려지자 “행복해지기 때문에 기부한다”고 말했다. ‘피겨요정’ 김연아, ‘탱크’ 최경주 등 스포츠 스타들도 기부 대열에 동참했다.

최 씨는 11월 자선재단 출범식에서 “빈 잔은 항상 비어 있어야 한다. 늘 또 다른 무언가를 향해 비우고 노력해야 한다”며 “메이저 대회 우승을 향해 계속 정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가짜 예일대 박사’ 신정아 씨는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과의 연루설이 제기되자 “변 전 실장 정도가 배후면 수도 없이 많다”고 말한 데 이어 “변 전 실장은 친구도 애인도 아니며 우리는 예술적 동지”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연인 사이임을 시인해 동지라는 주장이 무색해졌다.

[화보]김경준, 폭소 터뜨리며 검찰로…

■ 문화·스포츠

여성 관련 발언으로 곤욕을 치른 인사도 많았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7월 충남 태안군 앞바다 고려청자 시굴 작업 과정에서 “12세기까지 만들어진 도자기는 풋풋한 여대생의 엉덩이와 같다”고 말해 여성계의 비판을 받았다.

또 가수 윤종신은 라디오 방송에서 트로트곡 ‘사이다 같은 여자’를 소개하면서 “여자는 회와 같다. 신선해야 해. 그리고 (회 치듯) 쳐야 해”라고 말해 청취자들의 분노를 샀을 뿐만 아니라 방송위원회로부터 사과 명령을 받았다.

MBC ‘개그야’의 코너인 ‘최국의 별을 쏘다’에서 ‘죄민수’ 조원석의 어이없는 행동에 이은 “아무 이유 없어”라는 말이 기막힌 사건에 대해 비유처럼 들려 유행어가 됐다.

KBS2 ‘개그콘서트’의 ‘같기도’ 코너에서 “이건 ∼한 것도 아니고, ∼한 것도 아니여”라는 대사는 진위를 가릴 수 없는 사회의 단면을 반영해 인기를 얻었다.

프로골퍼 박세리는 미국 플로리다 주 오거스틴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명예의 전당 입회식에서 “선구자는 정말 힘들고 압박감도 심했지만 그게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산악인 박영석은 베링 해협 횡단에 실패한 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대자연이 허락하지 않은 것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실패를 소중한 경험 삼아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SK 김성근 감독은 9월 29일 프로야구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된 뒤 “예순다섯에 애 낳은 기분”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편집국종합

[화보]‘피겨요정’ 김연아 파격적인 변신

[화보]‘키다리 아저씨’ 변양균 - ‘신데렐라’ 신정아 씨

[화보]이명박, 제17대 대한민국 대통령 당선

[화보]김경준, 폭소 터뜨리며 검찰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