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와인+요리+음악+작은선물 ‘홈파티 완전정복법’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7분


코멘트
《연말연시에는 모임이 잦아진다. 친구나 친지들과 의미 있는 이벤트를 하기 위해 장소를 물색해 보지만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더라도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기 일쑤다.

일부 식당은 대목이라고 음식 가격을 비싸게 받거나 값비싼 메뉴를 요구하기도 한다. 게다가 가는 길까지 막히면 즐거워야 할 모임이 화난 얼굴로 시작되기도 한다.

특별한 장소를 찾기보다는 집에서 나만의 맞춤형 파티를 열면 어떨까. 참석자의 특성에 맞춰 마음껏 파티를 꾸밀 수도 있다. 파티를 열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손쉬운 음식 몇 가지에다 테이블보와 양초, 좋아하는 음료수와 술 정도만 준비해도 훌륭하다.

여기에 최근 인기 있는 음악이나 캐럴, 게임과 이야깃거리 한두 가지를 준비하면 금상첨화다. 또 연말이라 모두 바쁠 것 같지만 특별한 계획이 없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이들에게 초대장을 보내자. 당신은 그들의 산타가 될 것이다. 》


촬영 : 박영대 기자

저희 집에 초대합니다

○참석자들이 음식 한 가지씩 준비하면 쉬워

홍보마케팅 대행업체 ‘오피스h’의 황의건 대표는 한 달에 한두 번 집에서 파티를 연다. 친한 친구들도 부르지만 업무상 만난 사람들도 초대한다.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부인이 대단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그는 미혼이다.

황 대표는 간단한 방법을 골라 집에서 파티를 자주 한다. 그는 장소와 술만 제공하고 참석자들이 각자 한 가지씩 음식을 준비해 오는 포트럭 파티를 한다.

그는 “술 종류를 미리 알려주고 그에 맞춰서 음식을 준비해 오라고 한다”며 “술만 먹다 보면 좀 출출해질 수 있으니까 요기가 될 만한 음식을 중국 음식점에서 주문하면 된다”고 말했다.


촬영 : 박영대 기자

싱글 파티에는 와인이 좋다는 게 황 대표의 귀뜸이다. “와인이 있으면 굳이 찌개나 국물을 안 만들어도 되기 때문에 음식 준비하기가 한결 쉽다”고.

음식을 준비하지는 않더라도 치우는 건 장소를 제공하는 사람의 몫이다. 번거롭게 왜 집으로 초대할까. 황 대표는 “집으로 초대하면 가장 개인적인 영역을 보여 주게 된다”며 “친밀도가 높아지고 관계가 급진전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상인의 와인&문화교실’을 운영하는 한상인 대표는 사람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여는 게 좋아 경기 고양시 일산에 있는 농장으로 이사를 갔다.

와인 수입을 하는 한 대표는 주로 와인파티를 한다. 프랑스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한 대표가 요즘 주로 내놓는 음식은 치즈를 녹여 빵이나 찐 감자에 발라 먹는 라클레트와 야채 샐러드, 훈제 돼지고기, 삼겹살 등이다.

한 대표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이렇게 먹으려면 1인당 10만 원 정도 들지만 집에서 만들면 5명 정도 초대해도 음식값은 2만∼3만 원이면 충분하다”며 “와인 값이 추가로 들지만 레스토랑에서 즐기는 것에 비하면 훨씬 비용이 적다”고 말했다.

그래도 파티 비용이 부담스럽다면? 파티 플래너 김용주 씨는 “파티를 하면서 돈을 받기는 쉽지 않다”며 “참가자들이 즉석에서 소장품을 하나씩 내고 경매를 해서 그 수익금을 파티 주최자에게 주면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누구를 초대할까

큰맘 먹고 치르는 파티가 유쾌하고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들을 초대하느냐다.

항상 보던 사람만 부르기보다 ‘뉴페이스’를 몇 명 초대하면 파티의 신선함을 더할 수 있다. 다만 뉴페이스의 신상명세를 미리 알려 다른 사람들이 그 사람과 대화할 수 있는 소재를 준비하도록 해 준다. 참석자들의 남녀 비율을 맞추는 것도 모임을 화기애애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파티 주최자가 조금만 신경 쓰면 파티에서 처음 본 사람들이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다. 회원제 스파 업체인 ‘템플럼’의 박혜연 대리는 이름표를 만들어서 참석자들이 앉을 자리를 미리 정한다. 친한 사람끼리는 옆에 앉게 하고, 처음 만나지만 취향이나 관심사가 비슷해 쉽게 친해질 것 같은 사람끼리는 마주 앉게 하는 식이다.

이벤트 있으면 즐거움도 두배

박 대리는 “취미나 관심사가 비슷해도 처음 보는 사람과 대화가 물 흐르듯 이어질 수는 없다”며 “그럴 때는 옆 자리에 친한 사람을 앉혀 두면 대화가 끊겨 어색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의건 대표는 “파티를 주최하는 사람이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문제는 어떤 음식을 준비하느냐가 아니고 어떤 사람들을 초대하느냐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진수성찬이어도 참석한 사람들끼리 코드가 맞지 않으면 의미가 없고, 사람들이 좋으면 와인 한 잔에 치즈만 있어도 즐거운 파티가 된다”고 말했다.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이 지켜야 할 에티켓도 있다.

서대원 전 유엔 차석대사는 30여 년 외교관 생활을 통해 터득한 매너를 엮은 ‘글로벌 파워 매너’에서 “집으로 초대하는 사람의 정성을 생각해서 작은 선물을 들고 가는 게 좋다”며 “식탁 분위기를 화사하게 만드는 꽃다발이 가장 무난하다”고 소개했다.

○이벤트 선물 교환등으로 모임 유쾌하게

빈 그릇이 하나씩 늘어가면서 참석자들의 얼굴에도 포만감이 돈다. 다음 순서는….

식사한 뒤 이벤트가 없다면 술잔이 거나하게 돌아가거나, 썰렁하게 앉아 있다가 모임이 끝나기 쉽다. 그렇다고 회식 뒤에 으레 노래방에 가는 것도 적절하지 않은 분위기다.

H&S 통상 송보람 대표는 식사 후 ‘선물 교환 시간’을 갖는다. 송 대표는 “초대장을 보내면서 선물 가격대를 정해서 각자 선물을 준비하게 한 뒤 밥을 먹고 자칫 분위기가 산만해지기 쉬운 시간에 선물 교환을 하면 모든 사람이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물은 참석자들의 이름이 적힌 메모지를 유리통이나 상자에 넣고 한 사람씩 뽑아서 누구의 선물을 가져갈지 정한다.

송 대표는 “재미있게 읽었던 책이나 와인 등이 자주 등장하는 선물”이라며 “브랜드 런칭 행사 때 받은 기념품 중에서 포장을 뜯지 않은 것을 가져오는 사람도 있다”고 소개했다.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학과 정효진 교수는 지난 주말 참석한 파티에서 있었던 일을 소개했다.

정 교수는 와인동호회원의 집에 초대를 받았는데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와인을 한 병 가져오라’는 부탁을 받았다.

참석자들은 돌아가면서 자신이 가져온 와인의 의미에 대해 설명했다. 남편에게서 프러포즈를 받을 때 마셨던 이탈리아 와인, 프랑스 유학 시절 처음으로 초대 받은 파티에서 마셨던 와인, 술에는 입도 대지 않던 자신을 와인의 세계로 인도해 준 칠레 와인….

정 교수는 “그동안 몰랐던 개인사에 대해서도 자연스럽게 알게 돼 친밀감이 느껴졌고, 이야기를 듣는 동안 와인에 대한 궁금증이 커져서 와인을 더 음미하면서 마시게 됐다”고 말했다.

○파티 끝난 후 감사의 선물로 감동을

잔치는 끝났다. 자리를 정리하고 집에 가야 할 시간, 파티에 초대해 준 사람에게 감사의 마음이 든다. 이때 참석해 줘서 고맙다며 건네는 작은 선물은 ‘감사’를 ‘감동’으로 바꾼다.

중학교 교사인 이혜윤 씨는 지난해 남편 친구들과 가진 크리스마스 파티 때 그런 경험을 했다. 이 씨는 “테이블 장식용으로 놓인 포인세티아 화분이 예쁘다고 생각했는데 끝나고 나서 선물로 받았다”며 “모임을 주최한 남편 친구의 부인이 참석한 부부 수에 맞춰 화분을 사서 모두들 하나씩 들고 갈 수 있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화분을 집으로 가져와 식탁 위에 놓으니 즐거운 파티의 기억이 종종 떠올랐다”고 말했다.

템플럼 박혜연 대리는 취향에 따라 맞춤 선물을 해서 사람들을 감동시킨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고른 음악을 CD에 담아서 선물하고,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와인을 준다.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는 박 대리는 편한 사람들에게는 쿠키를 직접 구워서 예쁜 상자에 담아서 보낸다.

이게 끝이 아니다. 참석자들이 집에 도착할 즈음에는 고맙다는 내용과 잘 도착했는지 안부를 묻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다.

글=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 풍선 양초만 있어도 ▼

파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파티를 쑥스러워하거나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하는 이들이다. 참석자의 어색함을 털어내는 방법은 없을까. 파티 장소를 잘 꾸며서 이들이 분위기에 물씬 젖어들게 하면 된다.

큰돈이 드는 일은 아니다. 작은 소품 하나가 분위기를 바꾸고 참석자의 기분을 들뜨게 만들 수 있다. 파티 분위기를 내는 데 가장 좋은 소품은 풍선이다. 형형색색의 고무풍선과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는 헬륨 풍선을 띄우면 웬만한 호텔 파티 못지않은 분위기가 연출된다. 테이블 세팅도 중요하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머무는 식탁 중앙에 어떤 장식을 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느낌이 확 달라진다. 식탁 중앙에는 꽃보다 분위기를 살리는 촛대를 두는 것이 좋다. 앤티크 스타일의 촛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화려한 멋을 연출한다.

테이블보를 빨간색으로 했으면 테이블 중앙에는 녹색의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양초 세트로 대비시킨다. 미니 호박이나 브로콜리, 빨간 피망을 이용해도 자연스러운 느낌을 준다.

조명을 낮추고 크리스마스용 촛대에 작은 초 하나만 켜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물이 든 유리컵에 둥근 초를 띄워 놓거나 위스키 잔에 초를 한 개씩 넣어 한 줄로 세워 놓아도 보기 좋다.

초대한 사람의 이름을 적은 카드를 자리에 올려 놓고 냅킨을 준비하면 참석자들은 정중하게 대접받는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냅킨은 무늬가 없는 흰색보다는 알록달록한 색이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좀 더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려면 곳곳에 쿠션을 놓아두자. 쿠션은 파티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선물로 주기에도 좋은 아이템이다.

청강문화산업대학 푸드스타일리스트과 황지희 교수는 “이것저것 준비하기 귀찮다면 풍선을 매달고 촛불만 켜도 분위기가 살아난다”고 말했다.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