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와 함께 문화산책]올해를 빛낸 음악영화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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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우주에는 ‘끌어당김’의 법칙이 있다. 자신이 간절히 소망하면 이루어진다.”

최근 대학생인 막내 처제가 읽고 있던 책을 우연히 집어 들었다.

국내 서점가에서 올해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한 론다 번의 ‘시크릿’이었다.

성공의 법칙을 다룬 흔한 처세서에 불과하겠거니 하며 훑어보다가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이 책의 요지는 인간은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송신탑이라는 것.

사람이 특정한 주파수의 파장을 우주로 전송한다면, 우주도 그 새로운 주파수에 맞는 파장을 되돌려 보낸다는 것이다.》

기적을 낳는 감동의 울림

가령 ‘시험에 떨어질까 두렵다’거나 ‘결혼을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을 끊임없이 한다면 이것이 오히려 실패를 원하는 강력한 신호가 된다는 것. 우주에는 서로 비슷한 것끼리 ‘끌어당김’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결국 인생을 바꾸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도 긍정적인 쪽으로 말이다.

이 책이 미국의 오프라 윈프리 쇼에 소개된 후 간절히 원하던 것을 얻게 됐다는 수많은 경험담이 전 세계에서 쏟아져 들어왔다고 한다. 최근 상영 중인 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보면서도 ‘시크릿’의 원칙이 통하는 것을 보았다. 이 영화에선 한 걸음 더 나아가 인간이 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신호는 ‘음악’임을 보여 준다.

주인공은 11세짜리 고아 소년. 첼리스트인 어머니와 록 밴드의 리드 싱어인 아버지의 하룻밤 사랑으로 태어난 아이다. 부모 얼굴도 모른 채 보육원에서 자랐지만 소년은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 밤하늘 별빛 사이로 들려오는 소리에서 부모님을 느낀다. 간절히 부모를 만나길 원했던 소년은 자신의 음악을 듣게 되면 부모가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천재적 음악 능력을 가진 소년은 거리의 악사에게 기타를 배우고 줄리아드음악원에도 들어간다.

소년이 음악을 통해 부모님을 찾는다는 것은 영화 같은 이야기다. 그러나 음악의 위대함은 때로 기적을 낳기도 한다. 말하지 않아도 사람을 움직일 수 있는 즉감적인 파동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2007년 영화계에서도 ‘원스’ ‘어거스트 러시’ ‘카핑 베토벤’ ‘장밋빛 인생’ ‘칼라스 포에버’와 같은 음악영화가 화두였다. 특히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의 개막작이었던 ‘원스’는 개봉 3개월 만에 전국 관객 20만 명을 넘어서는 ‘기적’을 낳았다. 제작비 1억4000만 원에 제작기간 2주일에 불과한 초저예산 독립영화로는 상상할 수 없는 대박이다. 혹자는 상업영화로 치면 관객 500만 명에 맞먹는 흥행이라며 놀라워한다.

음악영화의 힘은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음악 자체의 위대함에 있다. 영화 ‘원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노래는 여주인공 마르게타 이글로바가 가게에서 CD플레이어의 배터리를 사오면서 부르는 ‘이프 유 원트 미(If you want me)’다. 거리의 기타리스트 글렌 한사드가 작곡한 음악에 즉흥적으로 가사를 붙여서 부르는 그의 흡인력 있는 목소리는 좀처럼 귓가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카핑 베토벤’에서 귀가 먼 베토벤이 교향곡 9번 ‘합창’을 초연하는 장면에서는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가 웅장한 사운드를 들려 준다. 또한 ‘칼라스 포에버’의 경우 오페라 ‘카르멘’의 ‘하바네라’와 ‘집시의 노래’, ‘나비부인’의 ‘어떤 개인 날’ 등을 부르는 장면에서 실제 마리아 칼라스의 목소리가 삽입돼 있다. 마치 한 편의 오페라 DVD를 보는 듯 화려한 장면을 재연해 음악팬들도 영화관을 찾게 만들었다.

나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잔인한 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뇌 과학자는 끔찍한 영상을 본 뇌는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뇌의 일부분을 스스로 파괴한다고 설명한다. 처참한 장면을 계속 보게 되면 어느새 감정적으로 무감각해지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만난 음악영화들은 바위틈에서 솟아난 샘물처럼 신선했다. 이번 주말, 딸과 함께 ‘어거스트 러시’를 극장에서 다시 한 번 봐야겠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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