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청소년 심리]‘러브 액추얼리’의 사춘기 소년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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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샘, 드럼으로 마음 두드리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는 남녀노소, 신분고하를 떠나 우리 주변에서 흔히 벌어질 수 있는 여러 빛깔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한 시각으로 그려낸다. 그중 11살짜리 소년 샘과 샘의 엄마와 재혼한 새 아빠 대니얼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동급생 소녀 조애나를 짝사랑하는 소년 샘. 그는 엄마가 돌아가신 뒤부터 ‘접근 금지’라는 팻말을 걸어 놓은 채 자기 방에서 나오질 않는다. 대니얼은 샘이 혹시나 잘못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엄마 때문이니?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니?”

샘은 “새 아빤 아무 도움이 안 될 텐데요…”라며 머뭇거리다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한다.

샘은 조애나가 미국으로 떠난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애나가 없으면 내 인생은 끝이에요. 아빠에게 엄마뿐이었던 것처럼 제겐 조애나뿐이에요”

조애나는 크리스마스 이브 학예회 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예정이다. 샘은 멋지게 드럼을 연주해 조애나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대니얼은 샘에게 “좋은 아이디어”라며 적극 지지해 준다.

샘은 밤낮없이 드럼 연습을 한다. 드디어 학예회가 끝나고 미국으로 떠나는 조애나에게 사랑을 고백하기 위해 샘은 대니얼과 함께 공항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조애나는 이미 가족과 함께 출국장 안으로 들어가 버린 후이다.

어쩔 줄 몰라 하던 샘은 대니얼의 격려를 받고 용기를 내 탑승 게이트를 향해 무작정 뛰어 들어간다.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샘은 조애나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아는지 질문한다. 조애나는 “물론이지”라며 볼에 키스한다. 샘은 행복에 겨워 하고 대니얼의 품에 안겨 벅찬 기쁨을 함께 나눈다. 자녀에게 이성 친구가 생겼다고 하면 부모들은 혹시나 아이가 공부하는 데 지장이 될까봐 걱정부터 앞선다. 사춘기가 되어 이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은 아이가 건강하게 발달했다는 증거다. 부모들은 걱정하기보다 이런 감정이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받아들이고 이해해 줘야 한다.

청소년 시절 누군가를 짝사랑했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를 떠올린다면 대니얼처럼 자녀의 마음에 더 잘 공감해 주고 적절히 조언해 줄 수 있을 것이다. 자녀는 부모에게 이해받는다고 느끼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용기를 얻게 된다. 샘처럼. 사춘기가 되면 아이들은 때때로 혼자 있기를 원하기도 한다. 이럴 때 자녀들의 사생활을 보장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만일 아이가 지금 말하고 싶지 않다고 하면 부모들은 궁금하더라도 자녀에게 말하도록 강요하지는 말아야 한다. 단지 부모들이 언제나 주의 깊게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고 알려 주는 것이 중요하다.

조애나의 노랫말처럼 “크리스마스 때 원하는 건 선물이 아니라 부모나 친구들로부터의 사랑”이기 때문이다. 찾아 보면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부모, 자식, 부부, 친구, 연인 사이 어디에나.

신민섭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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