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장기집권 성공할까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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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수위에 오르며 본격화된 이세돌 9단의 ‘쎈돌 시대’는 과연 얼마나 갈까.

바둑계에선 이 9단이 최근 기량과 바둑의 내용을 유지할 수 있다면 3년 이상은 무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바둑계에 ‘마귀’라는 속어가 있다. 최정상급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그들을 꺾을 수 있는 실력과 끈기를 겸비한 신예 기사로 마귀처럼 달라붙는다는 뜻이다. 바둑계에선 ‘마귀급’ 기사의 규모를 15명 안팎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한국 바둑계의 중간층을 두껍게 한다는 의미가 있다.

‘쎈돌 시대’를 위협할 기사로는 이 9단보다 5년 정도 입단이 늦은 이들이 눈에 띈다. 이번에 이 9단에게 국수를 내준 윤준상 6단을 비롯해 강동윤 7단이 이 그룹이다. 강 7단은 올해 국내 기전인 전자랜드배에서 우승했다. 이번 국수전 승부에서 보듯, 윤 6단의 내공은 3번기나 5번기 승부에서 이 9단을 쉽게 이길 만한 기량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단판으로 승부를 가리는 마스터스배 등 토너먼트 기전에서 이들은 여전히 위협적이다. 이영구 6단이나 백홍석 5단도 ‘쎈돌’을 위협할 만한 기량을 갖춘 선수다. 그 아래로는 이 9단보다 10년 정도 입단이 늦은 기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박정환 2단은 그중 선두주자로 손꼽힌다. 이 9단과 비슷한 기풍으로 날카롭고 빠른 수읽기가 특징이다. 나이도 14세밖에 안 됐으며 올해 마스터스배에서 우승해 이창호 9단(13세 우승)에 이어 두 번째 최연소 타이틀 보유 기록을 세웠다.

김지석 4단도 천재 계열의 기사다. 5세 때 바둑 신동 소리를 들을 정도로 뛰어난 기재를 보였으나 중간에 주춤했다. 하지만 마스터스배에서 준우승하고 국수전 기성전 본선에 오르며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한상훈 2단은 이색 케이스. 만 18세에 늦깎이 입단을 했지만 올해 왕위전 도전자 결정전과 LG배 세계기왕전 결승 진출 등 눈부신 성적을 내며 차세대 주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김승준 9단은 “‘쎈돌 시대’의 장기화는 박영훈 9단의 활약, 이창호 최철한 9단의 부활과도 관련 있으나 궁극적으로는 신예 기사들의 활약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신예들의 실력이 뛰어나 과거 1인자처럼 오랫동안 전성기를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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