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312>一葉蔽目, 不見泰山

  • 입력 2007년 12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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葉(엽)은 식물의 잎이다. 잎처럼 얄팍한 물건이나 책의 낱장 또는 쪽을 가리킨다. 初葉(초엽) 中葉(중엽)의 경우처럼 시기나 시대를 뜻하기도 한다. 蔽(폐)는 가리다 또는 덮다의 뜻이며, 숨기다의 뜻도 있다. 隱蔽(은폐)는 가려 숨긴다는 뜻이다. 一言以蔽之(일언이폐지·한마디로 총괄하다)에서처럼 개괄한다는 의미도 있다.

泰山(태산)은 중국 山東(산동) 중부에 있다. 주봉인 天柱峰(천주봉)의 높이는 해발 1533m이다. 비록 아주 높지는 않지만 고대의 제왕이 즉위를 고하는 예식을 거행하던 장소로서 동쪽을 대표하는 東嶽(동악)이자 중국 각 지역을 대표하는 오악(五嶽) 중의 우두머리이다. 태산은 자연히 중대하거나 가치가 큰 사물 또는 매우 공경 받는 사람을 비유한다. 또 안정되고 공고함을 의미하고 뒤에서 힘이 되어주는 인물이나 세력을 의미하기도 한다. 丈人(장인)을 지칭하기도 한다.

춘추시대의 한 隱士(은사)는 말했다. “귀는 듣는 일을 맡고 눈은 보는 일을 맡았다. 잎사귀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도 보지 못하고, 콩 두 알이 귀를 막으면 천둥소리도 듣지 못한다.” 작은 것이라도 그에 가리고 막히면 큰 것도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 분명하다.

큰 것을 가리는 작은 것은 무엇인가. 현란한 명분이나 구호일 수 있으며, 드러나는 겉모양이나 말솜씨로 빚어낸 분위기일 수 있다. 이해관계나 편견 또는 好惡(호오)일 수도 있다. 큰 것을 보려면 먼저 가리고 막는 것부터 걷어내고 다시 자세히 살펴야 한다. 요즈음에는 가리는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자세히 보려고 해도 눈과 귀가 보통 밝지 않고서는 그러기가 어렵다. ‘I冠者(할관자)’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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