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이 썩어간다… 詩여, 다시 나서자”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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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최초의 시인들이 나타났다.”

새로 출범하는 ‘21세기 전망’ 동인들은

자기 자리를 이렇게 부른다.

‘21세기 전망’은 1990년대 초반

유하 함민복 차창룡 함성호 허수경 김중식

연왕모 이선영 씨 등 당시

젊은 시인들이 ‘시와 문화의 결합’에

뜻을 모은 동인이다. 시단에 활력을

불어넣었던 ‘21세기 전망’은

1996년 다섯 번째 동인지를 끝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그 ‘21세기 전망’이 다시 시작됐다.

이들은 지난달 30일 여섯 번째 동인지

‘홍대 앞 금요일’을 내고 모임을 가졌다. 》

시모임 ‘21세기 전망’ 10년 만에 동인지 부활

성기완 강정 황병승 황성희 이용임 조인호 씨 등 6명의 젊은 시인이 새로 합류했다.

1990년대 초반 이후 문단에서 동인 활동이 잦아들었는데 이들이 새 출발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다. ‘창조’와 ‘폐허’ ‘백조’ 등 한국 현대시사를 이끌어 온 동인 활동의 맥을 21세기에 부활시킨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시 정신이 문화적 힘의 근간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21세기 전망’은 동인지뿐 아니라 실험적인 전시회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함께 벌일 계획이다.

“모든 지배구조의 반대항에 자리하던 예술은 21세기 들어 그 반대항의 자리를 잃고 방황하고 있으며, 상업주의와 자본의 권력에 적극적으로 의지하고 있습니다. 지식시장의 현실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요. 세태소설이 전위소설로 둔갑하고, 민중문학의 전사들은 가난의 추억을 팔아먹습니다. 고리대금 광고가 버젓이 공중파를 타고, 비겁한 행위가 고백의 형식을 통해 솔직함과 용기로 인정받길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모임을 주도한 시인 함성호(44) 씨의 말이다. 유일하게 자본의 영역 바깥에 존재하는 장르가 ‘시’인 만큼 21세기 ‘자본 오염’의 문제를 시로 맞서겠다는 게 이들의 지향점이다.

“20세기에 ‘21세기 전망’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으니, 세기가 바뀐 만큼 이름도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나오자 차창룡(41) 씨는 “21세기에도 시와 문학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고 답했다.

새로 동참하는 이용임(31) 씨는 “새 동인들도 ‘시가 모든 문화의 전위’라는 ‘21세기 전망’ 동인의 뜻에 부합하는 문제작들을 계속 선보일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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