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워지는 지구 20선]<19>미친 기후를 이해하는 짧지만…

  • 입력 2007년 11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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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온난화 발생 요인과 거리가 먼 곳의 주민들이 굶주림의 어려움에 놓일 것이다. 또한 가뭄, 홍수, 폭풍 등 기상재해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을 수 있다. 인류가 초래한 기후변동은 우리에게 진지한 윤리적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후 변동은 인류가 일으켰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얻고 공감하기를 원한다. 올해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가 기후 변화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기후 변화에 대한 진실 공방은 잦아드는 것으로 보인다. 책임 있고 권위 있는 보고서가 우리의 인식을 조금은 진전시킨 것이 사실이지만 기후 변화의 심각성에 응대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왜일까? 지금껏 우리 사회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논의는 주로 전문가와 정부, 그리고 환경운동가와 기업 담당자 차원에서 이뤄져 왔다. 그러니 일상생활을 하는 우리 시민들과는 일정한 거리가 있는 문제로 여겨졌고, 기후 변화 문제의 심각성을 피상적 수준에서 곁눈질로 학습을 받았을 뿐이다. 누구나 중요하다고 하지만 나에게 절실하지 않은 문제로 취급받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두 저자는 IPCC 보고서를 만드는 데 참여한 세계적 기후학자이다. 그들은 우리의 그런 안이함에 대해 날 선 문제를 제기한다. 지구의 기후는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고무줄을 당겼다 갑자기 놓는 것처럼 바뀐다는 것이다. 대기 중의 온실가스가 증가함에 따라 “몇 년 또는 몇 개월 만에”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기후 변동이 나타날 수도 있음을 경고한다. 이 책이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해 팽팽한 긴장감을 던져 주는 또 다른 이유는 쉽고도 체계적으로 기후 변동 문제를 정리했기 때문이다. 빙하의 나이테와 같은 빙하코어를 분석해 기후 변화의 역사를 추적하고, 이산화탄소 함유량 변화를 보여 주는 킬링곡선 등을 통해 오늘의 기후 변동을 ‘인류’가 일으켰다는 부정할 수 없는 실체를 명쾌하게 규명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미친 기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쉽게 설명해 준다. 세계적인 목표 설정이나 당사국 간의 협약이라는 거시적 방법뿐만 아니라 개인과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제시한다.

정말 중요한 것은 모든 시민이 ‘미친’ 기후를 제대로 이해하고 적절하고도 긴급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천상의 논쟁이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전문가들끼리 정책 영역에서 갑론을박할 문제가 이미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에서 직장에서, 그리고 동네에서 인류가 수천 년 동안 이뤄온 문명을 현세 인류의 탓으로 허물어야 하는 이 엄중한 문제에 대해서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장벽을 넘어 기후 변화에 대한 대중토론을 활성화할 수 있는 주제들이 이 책에 있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빼놓지 않은 것은 기후 변화가 제기하는 윤리적 질문이다. 개인주의, 물질주의가 심화되고 있는 오늘, 우리의 진지함을 견주어볼 기회를 얻었다. 이것이 이 책이 가진 운동적 속성이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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