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으로 찾는 ‘최상의 끝내기’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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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리캠프 버클리대 교수 28, 29일 ‘쿠폰바둑’ 실험

바둑 끝내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는 흥미로운 실험이 28, 29일 서울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27일 내한하는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얼윈 벌리캠프(사진) 수학과 교수는 프로기사 6명을 상대로 그가 고안한 ‘쿠폰 바둑’을 실험한다.

벌리캠프 교수는 수학계의 최신 흐름인 조합게임이론 분야의 대부로 10개가 넘는 수학 관련 특허를 받은 학자다. 조합게임이론은 바둑이나 체스 같은 2인용 게임 또는 다인용 게임의 수학적 논리를 연구해 복잡한 상황에서 최적의 선택을 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는 학문 분야.

그는 단순한 게임으로 조합게임이론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1989년부터 가장 경우의 수가 많고 복잡한 바둑에 도전해 1994년 ‘수학적 바둑(Mathematical Go)’을 펴냈다. 이 책은 형태가 다른 1집짜리 끝내기 중 어떤 것을 먼저 둬야 하느냐에 대한 수학 공식을 내놓았다 (기보 참조). 그의 쿠폰 바둑은 ‘수학적 바둑’의 끝내기 연구 성과를 확장하기 위해 고안됐다.

쿠폰 바둑 실험을 위해 우선 5, 6집의 끝내기만 남아 있는 대국과 1∼6의 숫자가 있는 쿠폰을 준비한다. 대국자들은 이 상태에서 바둑을 두기 시작한다. 대국자들은 반상에 남은 최대 끝내기가 5집짜리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면 착수하는 대신 6이 적힌 쿠폰을 집어 든다. 반상 최대 끝내기가 3집짜리라면 4가 적힌 쿠폰을 선택한다. 이런 식으로 바둑을 다 둬서 정상적으로 계가했을 때의 집수와 쿠폰에 적힌 숫자의 총합을 비교해 승부를 가린다.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대국자는 똑같은 바둑을 흑백만 바꿔 다시 둔다.

복잡한 과정이지만 대국자가 반상에 남은 끝내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를 확인하는 게 목적이다.

이 실험을 주선한 명지대 남치형(프로기사 초단) 바둑학과 교수는 “미국 현지에선 프로기사처럼 끝내기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할 인물이 없어 실험이 지지부진했다”며 “이번 실험으로 초보적 수준이지만 비교적 정확한 표본을 확보할 수 있어 끝내기의 수학적 연구가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벌리캠프 교수는 이 실험 데이터를 연구해 내년 중반 이후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남 교수는 “이런 연구가 반복되면 같은 일정 크기 이하의 끝내기에서 어느 쪽을 선택해야 옳은지를 수학 공식으로 풀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실리로 큰 끝내기와 두터운 끝내기를 선택할 때 감에 의존하지 않고 명확한 이유를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벌리캠프 교수도 인정하듯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그 길은 아직 멀다. 그러나 이런 연구를 통해 언젠가는 프로기사들과 맞먹는 끝내기를 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생겨날 수 있고 궁극적으론 끝내기를 벗어나 중반 초반으로 수학적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실험에는 끝내기에 일가견이 있다고 평가받는 안조영 9단, 송태곤 원성진 8단, 한상훈 초단과 함께 루이나이웨이와 장주주 9단 부부가 참가한다. 실험은 6명이 리그전을 벌인 뒤 성적대로 랭킹 1∼6위를 나누고 다시 1-2위, 3-4위, 5-6위가 랭킹 결정전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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