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97>凡事有經必有權

  • 입력 2007년 11월 22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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凡(범)은 모두 또는 平凡(평범)하다는 뜻이다. 經(경)은 원칙이나 규범 또는 근간을 가리킨다. 본의는 직물의 세로로 놓인 실인 날실을 가리킨다. 남북으로 난 길이나 선을 가리키기도 한다. 經緯(경위)는 날실과 씨실로서 조리와 질서를 비유하며 경도와 위도를 가리키기도 하고 일이 진행된 경로를 의미하기도 한다.

經(경)은 정의나 바른 길, 經過(경과)하다의 뜻이 있다. 다스리거나 經營(경영)한다는 뜻도 있다. 經濟(경제)라는 말은 지금은 주로 재화 방면에 한정해 쓰이지만 원래는 經國濟世(경국제세)에서 온 말이다. 나라를 잘 다스려 세상을 어려움에서 구제함을 뜻한다.

權(권)은 變通(변통)의 의미이다. 수단은 원칙에 어긋나지만 결과는 도리에 맞는 일로서 經(경)과 짝이 된다. 맹자는 형수의 손을 잡지 않는 것은 經(경)이고 물에 빠진 형수의 손을 잡아 구하는 것은 權(권)이라고 했다. 원래는 저울의 추를 가리킨다. 저울대를 가리키는 衡(형)과 함께 쓰인 權衡(권형)은 저울 또는 저울질하여 헤아린다는 뜻이다. 權(권)만으로도 저울질하거나 헤아린다는 뜻을 지니며, 그로부터 권력의 뜻이 파생되고 權謀術數(권모술수)처럼 모략이라는 뜻이 나왔다.

모든 일에는 원칙이나 정해진 규범이 있어 근본을 확립하고 질서를 유지한다. 그러나 언제나 완전할 수는 없기에 상황에 따라 변통이 요구된다. 다만 변통은 합리성을 확보한 것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원칙의 파괴일 뿐이다. 이래저래 權(권)이란 유용하면서도 위험천만하다. 위의 구절은 문학 창작에서의 변통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그 이치가 어찌 창작에만 한정되겠는가. 淸(청) 石濤(석도)의 ‘畵語錄(화어록)’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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