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기쁘게 하는 것들…이들과 함께라면 버무려지고 싶다

  • 입력 2007년 11월 1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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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김장 재료 고르기

주부 이선숙(46·경기 성남시 신흥동) 씨는 김장거리를 둘러보러 시장에 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김장 재료 가격이 크게 오른 데다 품질도 예년만 못해 지갑을 열기가 꺼려졌다. 이 씨의 친구들은 아예 느지막하게 김장 날짜를 잡았다. 기다리면서 채소값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조사 결과 예년에는 11월 하순 절정을 이뤘던 김장 시즌이 올해에는 12월 초로 늦춰졌다. 김장을 나눠서 담그겠다는 주부들도 있다. 결혼 3년차인 윤현숙(33·서울 동작구 사당동) 주부는 “11월 말 성수기에 한 번 담그고, 겨울 배추가 많이 나오는 12월 말에 또 한 번 담그기로 했다”면서 “귀찮기는 하지만 비용을 20%가량 절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추는 푸른 잎이 많고 단단해야

요리연구가 김영선 씨는 “올여름 비가 잦아 무·배추 작황이 좋지 않다”면서 “비싼 데다 질도 안 좋으니 잘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추는 푸른 잎사귀가 많고 잎이 단단하게 밀착된 것이 합격품이다. 너무 큰 것보다 중간 크기가 맛있다. 무는 단단하고 물기가 적은 조선무가 제격이다. 무청과 연결된 부분에 연두색이 많이 나야 맛있는 무다. 김장을 할 때 통고추를 사서 빻아 쓰는 주부가 많다. 비닐하우스에서 말린 고추가 태양초로 둔갑해서 팔리는 경우가 많은데 태양초는 꼭지가 노란 반면 비닐하우스 고추는 파란빛을 띤다. 김장에는 대파보다 쪽파를 많이 쓴다. 전체 길이는 짧고 흰색 부분은 긴 것으로 고른다. 새우젓은 국물이 맑고 붉은색을 띠는 것이 신선하다. 새우살은 통통하고 형체가 분명한 것이 좋다.

올해 배추는 질기므로 잘 절여야 한다. 국산 천일염으로 절여야 덜 짜고 간이 골고루 밴다. 요즘 중국산 소금이 대량 수입되고 있는데 국산과 잘 구별되지 않는다. 국산은 수분이 많아 손에 한 움큼 쥐었다가 놓았을 때 손바닥에 많이 들러붙어 있다.

○ 천연양념 사용하면 담백한 맛

김장을 많이 해 본 베테랑 주부들은 김치의 맛을 내는 양념을 천연재료로 만든다.

담백한 맛의 김치를 원한다면 젓갈 대신 천연 맛국물을 내서 사용한다. 건새우, 다시마, 멸치를 넣은 망사 팩을 5분 정도 끓는 물에 담갔다가 꺼낸 후 식혀서 사용한다. 무를 재료로 만드는 김치에 설탕이 들어가면 맛이 텁텁해진다. 이럴 때 홍시를 으깨서 넣어 주면 맛이 담백하고 무가 연해진다. 구수한 맛의 김치를 원한다면 재료를 버무릴 때 호박즙을 넣는다. 늙은 호박을 반으로 갈라 찜통에 넣고 중탕을 하면 속 부분에 물이 고이는데 이 부분을 넣으면 된다.

김치를 맛있게 먹으려면 보관법도 중요하다. 새해 전에 먹을 김치는 배춧잎 우거지, 더 오래 두고 먹을 김치는 무청 우거지로 덮는다. 젖은 손으로 김치를 꺼내면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손을 말린 뒤에 꺼낸다. 날달걀을 파묻어 두었다가 하루 정도 지난 후 김치를 꺼내 먹으면 신맛이 훨씬 덜하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무청-호박김치는 어때요

배추김치나 깍두기에만 집착하지 말고 값이 싼 채소를 이용해 맛깔스러운 김치를 만들어도 좋다. ‘대한민국 생활중심 김치백서’의 저자인 요리연구가 박상혜 씨는 무청김치와 호박김치를 추천한다.

▽무청김치=김장 때 무청은 버리거나 덮개용으로만 쓰지 말고 별도의 김치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다. 무청은 무의 두 배 정도 길이가 가장 맛있다.

①무청을 1시간 동안 절인 후 헹궈서 물기를 뺀다. 건새우와 배를 믹서에 갈아 놓는다. ②찹쌀풀에 건새우와 배, 마늘, 생강, 멸치액젓에 불린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을 만든다. ③5cm 길이로 썬 무청과 쪽파에 양념을 넣고 버무린다.

▽호박김치=요즘 제철을 맞은 늙은 호박은 값도 싸고 소화를 돕는 기능도 있다.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수험생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다.

①호박을 한 입 크기로 얄팍하게 썰어 절인 후 물기를 뺀다. 무청도 절인 후 물기를 뺀다. ②멸치액젓에 불린 고춧가루, 마늘, 생강, 새우젓을 넣고 양념을 만든다. ③양념을 반 정도 덜어서 5cm 길이로 썬 무청과 쪽파를 먼저 넣고 버무리다 호박을 넣고 함께 버무린다. 나머지 양념을 넣고 마저 버무린다. ④설탕과 통깨를 넣고 버무려 완성한다.

■ 김장거리 장만 실속 해법

‘김치가 금치’란 말이 절로 나온다.

최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상급 배추의 경우 포기당 3500∼4000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올랐다. 무도 개당 2500∼2700원으로 60%가량 올랐다. 김장의 주재료인 대파, 마늘, 고추도 40∼50% 올랐다.

4인 가족 기준으로 20kg의 김장(배추 20포기, 무 10개, 대파 3단, 마늘 1단)을 담그려면 15만 원 정도가 든다. 고춧가루 생강 젓갈 소금 갓 등 부재료까지 합치면 최소 25만 원은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청이 주최하는 ‘2007 전국우수시장박람회’에서는 각 지역의 재래시장에서 올라온 배추 고추 마늘 젓갈 등을 한자리에서 구매할 수 있다. 충북 괴산 고추, 경북 의성 마늘, 충남 홍성 새우젓, 경남 남해 멸치액젓을 시중보다 20% 정도 싼값에 살 수 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15∼1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열리며 입장료는 무료. 02-751-0733

배추를 씻고 절이는 것은 힘들고 손이 많이 가는 과정이다. 요즘은 시장, 대형 할인점, 인터넷을 통해 아예 절인 배추를 산 후 김치소만 만들어서 버무리는 주부가 많다.

절인 배추는 주로 10kg(5∼6포기), 20kg(12∼13포기)짜리 박스로 판매한다. 10kg은 인터넷에서 2만5000원, 20kg은 5만 원대에 판매한다. 생배추를 사는 것보다 1.5배 정도 비싸다. 절인 배추를 살 경우 일찍 예약할수록 가격이 싸다. 정수된 물이나 천연수로 헹군 ‘명품’ 절인 배추도 있다.

고인돌 가게 이선자 대표는 “절인 배추를 살 때는 배추, 소금, 물 3가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특히 배추와 소금이 중국산인지, 국산인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형 김치 제조업체들이 운영하는 ‘김치투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도 좋은 방법.

이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주부들은 김치회사가 운영하는 김장공장에 가서 필요한 양만큼 김치를 담근다. 김치회사가 배추 무 마늘 젓갈 등을 손질해서 준비해 주기 때문에 주부들은 2, 3시간 동안 김치소를 버무려서 넣어 주기만 하면 된다. 완성된 김치는 원하는 날에 집으로 배달해 준다.

‘동원 양반 김장투어’의 경우 참가비 6만 원을 내면 김치 10kg과 배추겉절이 2kg을 가져갈 수 있다. 참가비에 교통비, 식사비, 택배비도 포함된다. 김치 10kg을 추가할 때마다 5만 원을 더 내면 된다. 080-589-5252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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