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권 화폐속에 어떤 문화재 그려 넣을까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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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범일지-경교장 외 임정청사등 거론

초충도-오죽헌 이미 사용… 소재 고민

신사임당 초상이 들어가는 5만 원권에는 과연 어떤 문화재를 디자인해 넣어야 할까. 신사임당이 태어난 강원 강릉시 오죽헌이나 그의 대표 그림인 ‘초충도(草蟲圖)’는 율곡 이이 초상의 5000원권 도안에 이미 들어가 버렸으니….

10만 원과 5만 원권 화폐 디자인은 이제부터다. 특히 화폐를 장식하는 인물과 관련된 문화재를 고르는 과정은 인물 선정 못지않은 고민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화폐 디자인의 기본 원칙은 역사적 인물의 초상과 함께 그 인물과 관련된 문화재를 디자인해 넣는 것. 역사적 인물과 문화재를 통해 화폐의 권위와 신뢰감을 표현할 수 있고, 대외적으론 한국의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가 들어가는 10만 원권에는 ‘백범일지’(보물 1245호), 경교장(사적 465호), 백범의 글씨 등이 유력하다. 이 밖에 중국 상하이(上海) 임시정부 청사도 논의 대상이 될 것 같다.

문제는 신사임당으로 논란을 빚고 있는 5만 원권. 신사임당과 관련된 문화재 중 가장 대표적인 초충도와 오죽헌이 5000원권에 이미 들어가 있어 다른 화폐에 다시 넣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자(母子)를 모두 화폐의 인물로 선정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현재 자문위원회가 그 문제까지 고려해 관련 문화재와 보조 소재 등을 다양하게 고르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문화재를 선정해 디자인 시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하고 다른 언급은 피했다.

초충도와 오죽헌을 제외하고 5만 원권에 넣을 수 있는 문화재 후보는 신사임당의 산수화와 글씨 등. 그러나 이들 문화재 역시 고민의 대상이다. 100% 신사임당의 작품이라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원복(한국회화사) 국립전주박물관장은 “엄밀히 말하면 신사임당의 작품은 모두 전칭작(傳稱作), 즉 신사임당이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韓銀 “초상인물 변경 안해”

한편 한국은행은 8일 고액권 초상인물 선정 논란과 관련해 “이미 확정된 인물을 변경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화폐도안 자문위원회 의장인 이승일 한은 부총재는 이날 “전문가들의 조언과 일반 여론조사 등을 거쳐 도안 인물을 선정했으며 이를 번복하고 다른 인물을 선정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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