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 황금 사리병 1400년 만에 ‘햇빛’

  • 입력 2007년 10월 24일 20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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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부여군 왕흥사 목탑 터에서 발굴돼 140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 황금사리병, 은사리병, 청동사리함(왼쪽부터). 황금사리병이 은사리병에, 은사리병은 다시 청동사리함 안에 보존돼 있었다. 부여=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충남 부여군 왕흥사 목탑 터에서 발굴돼 1400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백제 황금사리병, 은사리병, 청동사리함(왼쪽부터). 황금사리병이 은사리병에, 은사리병은 다시 청동사리함 안에 보존돼 있었다. 부여=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국보급 백제 사리장엄구가 1400여년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충남 부여군 왕흥사 목탑터에서 발견된 이 사리장엄구는 외부 석재 사리장치부터 내부 청동사리함과 황금사리병까지 온존히 보존돼 있으며 사리함에는 왕흥사 창건연대(577년)와 유래가 29자로 새겨져 있다. 왕흥사는 백제 위덕왕(554~598)이 죽은 왕자를 위해 세운 사찰이다.

문화재청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소장 김용민)는 24일 왕흥사 터 발굴현장에서 설명회를 열고 사리장엄구와 백제 귀금속이 대거 포함된 진단구(眞壇具)를 공개했다.

학계는 이번 발굴을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287호) 발견 이후 최대 성과로 평가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가한 김봉건 국립문화재연구소 소장은 "당장 국보로 지정해도 손색이 없다"고 말했다.

▽아름다워라, 백제 황금사리병=이번에 나온 황금사리병(높이 4.6cm)은 은사리병(6.8cm) 안에, 은 사리병은 다시 큰 청동사리함(10.3cm) 내에 보존돼 있었다. 사리함은 목탑의 중심 기둥을 받치는 심초석 아래 사리공(사리함을 담기 위한 공간)에서 발견됐다. 사리함과 사리병은 모두 꽃봉오리 모양의 꼭지가 달린 볼록한 뚜껑으로 덮어 백제인의 미감을 드러냈다. 이 사리함이 들어 있는 공간은 돌뚜껑으로 덮여 있었다. 사리는 나오지 않았으나 이처럼 석재 뚜껑부터 사리병까지 온존한 사리장엄구가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김연수 국립고궁박물관 전시홍보과장은 "심초석 아래 돌을 깔고 사리함을 봉안하는 방식은 백제만의 독특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왕흥사 창건 연대 확인돼=청동사리함 바깥면에는 '백제왕 창이 정유년에 죽은 왕자를 위해 절을 세웠다'는 기록이 새겨져 있다. 위덕왕은 창왕의 시호이다. 위덕왕의 재위 기간 중 정유년은 577년이다. 삼국사기에는 왕흥사가 600년(법왕 2년)에 창건돼 634년(무왕35년)에 낙성됐다는 기록이 있으나 이번 발굴로 왕흥사 창건이 삼국사기 기록보다 23년 앞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위덕왕이 597년 일본에 사신으로 보낸 아좌 태자 외에 아들이 더 있었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으며 이러한 명문은 백제 서예사 연구에도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노중국 계명대 사학과 교수는 "왕흥사는 왕실을 흥하게 하기 위해 창건한 국찰(國刹)로 해석됐으나 사리함의 명문은 왕흥사가 죽은 아들을 위한 원찰(願刹)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백제 공예의 아름다움=목탑 터에서는 목걸이 팔찌 비녀 금귀고리 옥구슬 등 금은동 공예품도 대거 쏟아져 나왔다. 옥구슬은 8000여 개가 출토됐다. 이는 백제의 대규모 공방유적이 발견된 전북 익산시 왕궁리 유적과 함께 백제 공예 미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고위 관리가 썼던 관모 장식도 발견됐다. 중국 남북조 시대 북제(北齊)에서 사용된 화폐(상평오수전)도 나와, 성왕 대까지 주로 남제(南齊)와 교역하다가 아들인 위덕왕에 이르러선 북제까지 외교 범위가 넓어졌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목탑 터 남쪽에서는 돌로 쌓은 어도(御道·길이 62m 너비 13m·왕이 다니는 길) 흔적도 발견됐다. 이 어도는 "(왕흥사에) 왕이 배를 매번 타고 와 걸어 들어가 향을 올렸다"는 '삼국사기' 기록을 입증해주고 있다.

::사리장엄구

사리함과 사리병을 비롯해 사리를 봉안하는 일체의 장치. 왕흥사 창건 때는 심초석 아래 흙을 파서 공간(사리공)을 만들어 사리함을 넣은 뒤 그 위를 돌뚜껑으로 덮었다.

부여=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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