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무대 서는 고통’이 그리워 돌아오다

  • 입력 2007년 10월 1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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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계의 기대주로 꼽혀 온 배우 김영민(36·사진)이 오랜만에 다시 무대로 돌아왔다.

물론 그 스스로는 “한 번도 연극을 떠났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으니까 ‘돌아왔다’는 말은 좀 어색하다”고 멋쩍어했지만. 2005년 연극 ‘에쿠우스’ 이후 2년 만. 그동안 그는 ‘잔혹한 출근’ ‘경축 우리 사랑’(11월 개봉 예정) 등 영화를 찍었다.

2년간의 공백 끝에 그가 택한 연극은 20일 막을 올리는 ‘나쁜 자석’.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영국 작가 더글러스 맥스웰의 희곡을 우리식으로 번안한 작품이다. 연강홀이 두산아트센터로 탈바꿈하면서 새로 문을 연 소극장 ‘스페이스111’의 개관작이기도 하다.

“자살한 친구의 기일에 모인 세 친구의 갈등과 우정을 그린 이야기죠. 세 친구의 삶에 대한 태도는 모두 달라요. ‘인생 별 거 없어’ ‘좋은 게 좋은 거지’ ‘현실은 무시 못해’…. 관객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를 한 번쯤 생각해 보실 수도 있을 것 같고요. 실제 저요? 셋 다인 것 같아요.”

제목 ‘나쁜 자석’은 극중극 형태로 펼쳐지는 연극 속 우화 제목에서 따왔다. 가까워질수록 상대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자석, 상대에게 다가가려면 자신의 자성(磁性)을 포기해야 하는 자석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30대 중반을 넘겼어도 그의 얼굴은 여전히 사춘기 소년 같다. 동안이 뜨는 시대, 하지만 그는 “작은 키보다 동안인 얼굴이 배우로서 더 콤플렉스였다”고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그는 ‘청춘예찬’ ‘19 그리고 80’ 등의 작품에서 감수성 예민한 10대 소년의 역할에 캐스팅됐고 평단과 관객의 호평을 받으며 연극계의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았다.

특히 3년 전 대학로를 떠들썩하게 했던 흥행작 ‘청춘예찬’은 우울한 청춘의 고통을 섬세하게 표현한 그의 연기가 가장 빛났던 작품이다. ‘햄릿’ ‘에쿠우스’ 등 화제작에 잇따라 출연했던 그는 영혼의 상처가 있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이번에 ‘나쁜 자석’을 고른 이유에 대해서도 “고통이 있어서”라고 했다. “연극은 그래야 할 것 같아요. 관객들이 극장을 나설 때 한 번 더 곱씹게 만들고, 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하게 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히는 책이 아니라 밑줄 그어가며 다시 읽어 보고 싶은 책처럼요.” 02-764-8760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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