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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8월 1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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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는 도가(道家)의 창시자라는 이름으로 노자와 함께 묶여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장자는 노자와 사상적으로 무관하며 어떤 면에서는 대립적 경향을 보인다고 말한다.
일례로 노자는 자연과의 합일이 아니라 국가주의 철학을 추구한 데 비해, 장자는 정치적 위계질서를 꿈으로 보고 그 꿈에서 깨어나 개체의 삶을 찾으라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장자를 소통의 철학자로 본다. 장자의 말을 빌리면 ‘타자와 더불어 봄이 되도록 해야 한다(與物爲春)’는 것이다. 장자는 불가능해 보이는 타자와의 소통이라는 과제를 끌어안고 집요하게 사유했던 사람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 소통은 무엇이고 어떻게 이뤄질 수 있을까. 저자는 장자의 ‘조삼모사(朝三暮四)’ 이야기를 예로 든다. 저공(狙公)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했더니 화를 내다가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로 바꾸겠다고 했더니 기뻐했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속임수나 변덕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장자가 주목한 것은 저공의 행위다. 저공은 예측하기 어려운 타자(원숭이)의 마음에 대한 판단을 중지하고 타자에 맞게 자신을 조율해 ‘소통’했다는 것이다.
장자는 타자가 배제된 사고를 ‘꿈’이라고 불렀으며 이 꿈에서 깨어나려면 자기 판단을 중지해야 하는데 이를 망각의 수양론으로 설명했다. 망각이야말로 새로움의 계기로, 장자에게 망각은 초월을 지향하는 게 아니라 타자로 옮아가기 위해 초월을 거부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망각과 더불어 소통의 다음 조건은 어떤 매개도 없이 타자에게 몸을 맡기는 ‘목숨을 건 비약’이다. 섣부르게 생각했던 방법을 제거하고, 그냥 타자에게 비약해 가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부단한 자기 부정과 타자에의 투신은 곧 ‘도(道)는 걸어가는 데서 이뤄진다(道行之而成)’는 장자의 말에 담겨 있다. 저자도 장자의 소통을 ‘잊어라 그리고 연결하라’는 말로 요약하고 있다.
저자는 장자 관련 책을 여러 권 펴낸 ‘장자 전문가’다. 장자를 소통 철학자로 해석한 뒤 부르디외 비트겐슈타인 니체 등 서양 철학자와 장자의 소통을 거드는 대목에서도 그 내공을 느낄 수 있다. 술술 읽히는 글 솜씨도 책의 제목처럼 독자에게 ‘즐거운 모험’을 하게 해 준다.
허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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