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세상을 꿰뚫어 보다… ‘베스트셀러의 저자들’

  • 입력 2007년 7월 14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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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스트셀러의 저자들/노대환 신병주 외 지음/255쪽·1만 원·동녘

전설적인 승려이자 사회개혁가 도선의 예언을 담은 ‘도선비기’, 위대한 영웅의 출현에 대한 기대감이 담겨 있는 이규보의 ‘동명왕편’, 백성들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준 이지함의 ‘토정비결’, 새로운 글쓰기와 시대에 대한 통찰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박지원의 ‘열하일기’, 개항기 신지식의 갈증을 풀어준 유길준의 ‘서유견문’.

모두 장구한 세월 동안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저작물이다. 저자들은 어떤 생각으로 이 글을 썼고 이것들은 어떻게 해서 베스트셀러가 됐을까.

이 책을 읽으면 궁금증이 풀린다. 특히 저자들의 삶과 사상,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저작물의 의미와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게 된 배경을 흥미롭게 추적했다. 동양대 노대환 교수, 서울대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의 신병주 학예연구사 등 한국사 전공자 5명이 필자로 참여했다. 이 책은 ‘사람으로 읽는 한국사’ 시리즈의 첫 권으로, ‘이미 우리가 된 이방인들’도 함께 나왔다.

가장 관심이 가는 책은 ‘토정비결’. 지금도 수많은 ‘운명철학관’에 몇 권씩 비치돼 있고 연말연시에 날개 돋친 듯 팔리는 이 책은 어쩌면 대한민국 최고의 베스트셀러일지도 모른다.

필자인 신병주 학예연구사는 먼저 우리가 잘 몰랐던 16세기 토정 이지함의 다양한 면모를 소개한다. 이지함은 다양하고 개방적인 학문을 추구한 16세기의 지식인으로, 명예와 재물과 여색(女色)에 초연했으며 천문 지리 의학에 달통했다. 국제 무역을 주장했던 경제학자였고 백성들의 삶을 위해 팔도를 누빈 실천적 지식인이기도 했다. 그의 문제의식은 지금도 유용하다고 필자는 강조한다.

더욱 흥미로운 대목은 ‘이 책을 정말로 이지함이 지었을까’ 하는 신 연구사의 의문이다. 그는 이지함이 살았던 시대와 ‘토정비결’이 유행했던 시대의 차이를 근거로 이지함의 저작물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18세기 이후에 이지함을 쏙 빼닮은 누군가가 이미 신화가 된 이지함의 이름을 빌려 ‘토정비결’을 지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 연구사는 “이지함의 저작은 아니지만 이지함의 정신은 그대로 살아 있다”며 “그렇기에 불멸의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열하일기’와 박지원 이야기도 재미있다. 필자인 노대환 교수는 한낱 여행기에 불과한 ‘열하일기’가 어떻게 출판 당시부터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를 살펴봤다.

노 교수는 우선 독특한 제목이 큰 몫을 했다고 분석한다. 당시 중국 기행서는 연경(燕京·지금의 베이징)을 다녀왔다는 의미에서 ‘연행록(燕行錄)’ ‘연행일기’라는 제목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박지원은 이전 사람들이 거의 가보지 않은 미지의 땅 ‘열하’를 제목으로 내세워 눈길을 잡았다. 연암은 이처럼 관행을 벗어나 새로움을 추구했던 인물이었고 그 과감한 도전정신이 베스트셀러의 토대가 됐다는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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