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19>敵存滅禍, 敵去召過

  • 입력 2007년 6월 20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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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를 먼 거리까지 산 채로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물고기 통에 먹이를 주고 산소만 공급해서는 안 된다. 요즈음은 물고기 통에 그 고기를 잡아먹는 천적을 한 마리 함께 넣는다. 그러면 물고기는 자신의 적을 피하기 위해 계속 긴장하고 활발하게 움직인다. 이런 이유로 물고기는 먼 거리를 이동하더라도 죽지 않고 살아남는다.

매화도 겨울 내내 따스한 방안에만 두면 꽃을 피우지 않는다. 어느 날 찬바람이 부는 방밖으로 내보내면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린다. 찬바람에 자신의 생명이 위험하다는 점을 느끼고 빨리 씨앗을 맺어 후손을 보존하기 위한 방법으로 꽃을 피운다. 이처럼 동식물에게 위기는 존재의 원동력이 될 때가 있다. 나라와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敵存滅禍(적존멸화) 敵去召過(적거소과)라는 말이 있다. 敵은 원수, 적이라는 뜻이다. 存은 있다, 존재하다라는 뜻이다. 生存(생존)은 살아 있다라는 뜻이다. 滅은 멸망하다, 없어지다, 사라지다는 뜻이다. 消滅(소멸)은 점점 약해져서 없어지다라는 말이다. 消는 점점 쇠약해지다는 뜻이다. 禍는 재난이라는 뜻이다. 去는 가다, 물러나다는 뜻이다. 召는 부르다는 뜻이다. 召喚(소환)은 법원과 같은 기관 등에서 조사를 목적으로 사람을 부르는 행위를 말한다. 過는 과오, 재앙이라는 뜻이다.

이상의 의미를 정리하면 敵存滅禍, 敵去召過는 적의 존재는 재앙을 사라지게 하며, 적의 사라짐은 재앙을 부른다. 즉, 적이 있으면 재앙이 사라지고 적이 사라지면 재앙이 온다는 말이 된다. 나에게 적이 있으면 항상 그를 의식해 행동을 조심하며, 나라에 적이 있으면 적을 의식해 대비하게 된다. 적이 없으면 개인이나 국가는 자칫 나태 속에 살게 된다. 그러므로 順境(순경)을 이기기는 逆境(역경)을 이기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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