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저자]‘나를 바꾸는… 프레임’ 최인철 교수

  • 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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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마음의 한계를 보여 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21세기북스 제공
다양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우리 마음의 한계를 보여 준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 21세기북스 제공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21세기북스)은 얼핏 요즘 흔하디흔한 자기계발서 같다. 세상을 보는 마음의 창인 ‘프레임’을 바꾸면 행복해진다는 모토도 평범하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선입견에 불과했다는 것을 금세 깨닫는다. 실제 심리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오류, 오만, 편견으로 가득 찬 우리 마음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스탠퍼드대 연구팀의 ‘최후통첩’ 게임은 우리 마음이 주변 상황에 얼마나 쉽게 영향을 받는지 보여 준다. 예컨대 참가자는 1만 원을 다른 참가자와 나눠 가질 수 있다. 실험 전 이 게임을 ‘월스트리트 게임’이라고 했더니 자신에게 유리하게 분배한 참가자가 많았다. ‘커뮤니티 게임’이라고 했더니 공정하게 나눠 가진 참가자가 많았다. 서류가방과 만년필 같은 평범한 사물조차 ‘마음의 프레임’을 지배했다. 이 같은 비즈니스 관련 물건을 보고 난 참가자의 상당수가 자신에게 더 많이 돈을 분배했다.

누구나 마음속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며 손가락으로 박자를 맞추는 ‘손가락 연주’를 해 봤을 것이다. 예일대 실험 결과 참가자들은 청중의 50%가 자신의 연주를 알아들을 것이라고 확신했지만 실제로는 2.5%만이 알아챘다. 저자는 이를 ‘자기 프레임’이라 부른다. 자신의 프레임에서 정확해도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는 모호하게 느껴진다. 그래서 심리학자들은 ‘자기’가, 세상을 보는 방식을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독재정권’이라고 말했다.

저자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의 강의는 2005년 동아일보에 서울대 3대 명강의 중 하나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다. 현재 교환교수로 미국 버클리캘리포니아대에 머물고 있는 최 교수에게 ‘자기계발서’를 쓴 까닭을 물었다.

“객관적인 근거보다는 저자 개인의 경험 등으로 쓴 자기계발서가 많아 안타까웠습니다. 반면 외국은 학술서이면서 대중서인 고품격의 자기계발서가 많죠. 근거가 명확하면서도 품격 있는 책을 쓰고 싶었어요.”

최 교수는 최근의 재테크 관련 책 열풍을 경계하며 “돈을 어떻게 벌고 관리하는지에만 관심을 쏟는 재테크 프레임으로만 세상을 보기에는 우리 삶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자기 프레임’을 경계했다. “나는 너를 잘 아는데, 너는 나를 모른다는 아집과 착각이 정치와 노사관계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

이 책은 술술 읽히는 쉬운 문장이 특징이다. 최 교수 스스로 ‘자기 프레임’을 극복하려 노력한 결과다. 그는 아내에게 원고를 수차례 보여 줬고 “당신만의 프레임에 갇혀 있다”고 혼나면서 어려운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다.

최 교수는 독자들에게 ‘의미 중심의 프레임’을 권했다. “자기에게 일어나는 일들의 의미와 비전을 묻는 겁니다.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진리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하고 청소를 할 때도 지구의 한 모퉁이를 깨끗하게 만든다고 의미를 부여하면 삶이 훨씬 행복해지지 않을까요?”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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