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한시대 청동거울 국내 첫 출토… “기원전 1세기 외교관계-교역망의 흔적”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5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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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서 청동그릇-철검과 발굴
사로국 수장 권력승계 흔적도

경북 경주시 사라리 130호분 인근 덧널무넘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조각.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경북 경주시 사라리 130호분 인근 덧널무넘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조각.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기원전 1세기 초기 신라(사로국) 수장급 무덤에서 중국 전한(前漢)시대 청동거울과 청동그릇이 출토됐다. 국내 초기 철기시대 무덤에서 두 유물이 발견된 것은 처음이다. 학계에선 이 시기 중국 전한과 사로국, 왜를 잇는 교역망을 보여주는 중요 자료라는 평가가 나온다.

8일 한국문화재재단에 따르면 경북 경주시 사라리 130호분 인근에서 발굴을 통해 덧널무덤(목곽묘) 2기와 널무덤(목관묘) 2기, 청동기 및 삼국시대 생활유구가 발견됐다. 이 중 덧널무덤 한 곳에서 청동거울 및 청동그릇 조각, 칠초철검(漆鞘鐵劍·옻칠을 한 칼집에 철검을 끼운 것), 칠기 등이 나왔다. 모두 초기 철기시대 당시 수장급 이상이 가질 수 있는 사치재다.

조각에서 확인된 명문 등을 감안할 때 일본 후쿠오카 다테이와 유적에서 출토된 중국 전한시대 청동거울(청백경)과 같은 종류로 추정된다. 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특히 피장자의 가슴 쪽에서 출토된 청동거울 조각에서는 ‘承之可(승지가)’라고 적힌 한자 명문이 확인됐다. 이 같은 명문이 적힌 청동거울은 일본 후쿠오카의 다테이와 유적 무덤에서도 출토된 적이 있다. 이로 미뤄 발굴팀은 이번에 발견된 청동거울이 중국 전한에서 제작된 청백경(淸白鏡)으로 보고 있다. 동경의 명문은 초나라 굴원이 쓴 책인 초사(楚辭)의 한 문장으로 분석된다. 무덤에서는 다른 청동거울인 성운문경(星雲文鏡) 조각도 나왔다.

발굴팀은 출토된 청동거울 조각의 형태와 곡률 등을 감안할 때 원래 지름이 약 17cm에 이르는 대형 거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정도 크기의 청동거울은 고대 중국의 왕이나 제후가 쓸 수 있는 예물이다. 이에 따라 기원전 1세기 사로국 수장이 철기 교역을 바탕으로 중국과 외교 관계를 맺으면서 청동거울을 받아온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에 발견된 무덤과 앞서 1996년 확인된 사라리 130호분(기원후 1세기 추정) 모두 묘제가 덧널무덤으로 같은 데다 거리가 가깝고 부장품이 청동거울, 철검 등으로 유사하다는 점이다. 두 무덤의 시차는 30∼60년 정도로 이번에 발견된 덧널무덤의 조성 연대가 조금 앞선다. 이에 따라 사로국 수장의 권력 승계가 이뤄진 흔적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양수 국립청주박물관장(청동기 고고학 전공)은 “사라리 130호분에서 나온 청동거울은 한반도에서 자체 제작된 방제경(倣製鏡)”이라며 “사로국 수장이 중국 청동거울을 수입해 사용하다가 권력을 이어받은 수장대에 이르러서는 독자적으로 청동거울을 제작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중국#전한시대#청동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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