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대 한국근대사상연구단(단장 최재목 교수·철학)은 지난 1년 동안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인문사회 기초연구 프로젝트인 ‘일제강점기 한국철학의 재발견’ 작업의 결과를 지난주 마무리했다.
▶본보 2006년 12월 20일자 A12면 참조
“일제 강점기 인문학 지킴이는‘신문’”
연구단은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국내 신문 가운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매일신보, 조선중앙일보 등 18개 신문의 모든 내용을 일일이 확인해 식민통치가 한창이던 1920∼1940년의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3500여 건의 철학 기사를 찾아냈다.
인쇄가 흐릿한 당시 신문 기사를 한 자씩 컴퓨터로 옮겨 적는 작업 끝에 이 기사들은 책자 47권과 CD 15장 분량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당시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 서양철학을 공부한 뒤 귀국해 신문에 글을 쓴 학자는 한치진, 신남철, 전원배 등 80여 명. 이들의 글은 1200여 건에 이른다.
정인보와 최익한 등 당시 학자들이 1945년 이전에 발표한 것 가운데 현재 남아 있는 실학 관련 글은 모두 58편. 이 가운데 48편이 신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동아일보에는 29가지 주제로 78회에 걸쳐 실학 관련 글이 실렸고, 조선일보에는 17가지 주제로 22회 실렸다. 특히 동아일보에 정인보가 6회 연재(1934년 9월 10∼15일)한 ‘유일한 정법가 정다산 선생 서론(서論)’은 최초의 실학 연구물로 꼽혔다.
대구한의대 박홍식(52·한국철학) 교수는 10일 “최남선이 실학이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처음 사용한 ‘조선역사강화’(1930년)도 동아일보의 간절한 요청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며 “일제강점기 때 신문은 실학 연구의 문을 열고 기반을 구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의 조선 식민 지배를 강하게 비판했던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인 오스기 사카에(大杉榮·1885∼1923)에 관한 기사도 1920∼1923년 동아일보에 집중적으로 등장했다.
최재목 연구단장은 “잊혀지다시피 한 일제강점기 지식인들의 대중적 활동을 체계적으로 되살린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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