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미국, 미술에 자본을 덧칠하다

  • 입력 2007년 6월 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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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시장의 유혹/정윤아 지음/303쪽·2만3500원·아트북스

최근 경매에서 박수근의 유화 ‘빨래터’가 45억 원에 낙찰됐다. 3월 그의 또 다른 유화 ‘시장의 사람들’이 25억 원에 낙찰된 지 불과 두 달 만에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신기록을 갈아 치운 것이다.

얼마 전 막을 내린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선 매출액이 175억 원을 넘어섰다. 2002년 첫 아트페어 매출액이 7억3000만 원이었으니 5년 만에 25배가량 증가한 것이다.

2005년 전 세계 미술품 거래액은 약 4조 원. 비공식 거래까지 합하면 5조 원에 육박한다. 그 절반이 미국에서 거래되긴 하지만 어쨌든 세계는 지금 미술 투자 열풍에 빠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은 미국 뉴욕에서 큐레이터와 갤러리스트로 일해 온 저자가 내놓은 미국 미술시장 개설서다. 뉴욕이 어떻게 세계 미술의 메카 자리를 파리에서 빼앗아 올 수 있었는지, 미국 작가들을 어떻게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았는지, 갤러리 아트딜러 컬렉터 작가들이 어떻게 작품 값을 올리는지 등등 미국 미술 시장의 역사와 다양한 면모를 흥미롭게 들여다보았다.

1950년대 프랑스 파리에서 미술 시장을 빼앗아 온 미국은 1980년대 본격적으로 미술계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0년 들어서면서 미술은 확고한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게 됐다. 크리스티의 매년 11월 경매를 보면, 2001년 420억 원에서 2006년엔 3100억 원으로 급성장했다. 피카소와 앤디 워홀이 시장을 주도하더니 최근엔 아트펀드 회사까지 등장하면서 작품 구매 열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수십 개의 아트 펀드회사가 매년 최고 1000억 원씩 미술품에 투자할 정도다.

경매가를 상승시키는 요인 등을 설명해 주는 대목도 눈길이 간다. 유명 컬렉터가 소장했는지, 대형 미술관 전시가 많은 작가인지, 선(禪) 열풍 덕을 보는 미니멀리즘 작품처럼 유행과 잘 맞아떨어지는지 등등. 이는 곧 투자 요령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돈 얘기지만 저자의 태도는 침착하고 냉정하다. 시장에서 잘나간다고 해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것은 아니라는 점, 작품 값과 작품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한국의 미술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이제 가격 급등은 줄어들 것이니 단기 투자자는 어려워진다. 반면 미술을 즐기면서 수집하는 장기 투자자에게는 좋은 시장이 될 것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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