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웃었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전도연

  • 입력 2007년 5월 29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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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아하∼!” 그녀 특유의 코맹맹이 ‘신음소리’가 프랑스 칸의 뤼미에르극장 안에 울려 퍼졌다. 한국영화계 인사들은 그 익숙한 소리에 가장 먼저 폭소를 터뜨렸고, 세계 영화계 인사들은 벅찬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가슴에서 터져 나온 그 소리에 따뜻한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어쩌면 그 코맹맹이 소리야말로 전도연이란 여배우가 세계 영화계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 ‘서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28일 폐막한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전도연의 국제영화제 참석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에서 숱한 연기상을 휩쓸며 레드 카펫을 밟은 그였으나 칸의 무대에 서는 순간 자신이 너무 작고 보잘것없어 보였다고 했다. 세계적인 무대에 서니까 자신이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절감했다며. 또 수많은 세계 영화계 인사와 교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전혀 준비가 안 돼 있었다며 자책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국제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세계 최고 영화제로 불리는 칸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아 냄으로써 한국영화의 스타가 세계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그는 더 일찍 세계무대에 서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지만 행운의 여신은 전도연의 연기가 가장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 세계무대로 나갈 문을 열어 주고 또 정상에 서게 해 줬다.

“제가 이창동 감독님과 함께 영화를 할 줄도 몰랐고, 이렇게 세계 최고 권위의 칸 영화제에 초청될지도 몰랐는데 영광스러운 상까지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시상식이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 “여우주연상 수상에 대한 주변의 기대가 너무 부담스러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저 자신에게 끊임없이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고 털어놨다. 24일 공식시사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내 일 같지 않고 남의 일만 같다”던 말도 그런 자기최면의 하나였나 보다. 하지만 마음을 비웠다던 이 감독은 공식시사가 끝난 뒤 관객들의 10분이 넘는 기립박수에 터져 나오는 웃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이같은 말을 건네자 그는 정색을 하고 이렇게 답했다. “어휴, 감독님이 겉으로만 그렇지 속으론 얼마나 속물인데요. 하하….”

[화보]제60회 프랑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전도연

정작 ‘밀양’에서 신애가 ‘속물’이라고 공격한 종찬 역의 송강호는 어땠을까. 전도연은 프랑스의 전설적 미남 배우 알랭 들롱에게서 상장을 건네받은 뒤 수상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 “강호 오빠 덕분에 신애라는 캐릭터가 완전해진 것 같다”며 송강호에게 그 영광을 돌렸다. ‘전도연의 전무후무한 연기’란 말로 이번 수상을 가장 먼저 예측했던 송강호는 이 말을 듣자 개구쟁이처럼 자지러질 듯 웃었다.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아시아 여배우로는 장만위(張曼玉·중국) 이후 두 번째다. 그러나 2004년 장만위에게 상을 안겨 준 영화 ‘클린’은 프랑스 영화였고, 그는 프랑스어로 연기했다. 한국영화에서 한국어로 연기한 전도연의 수상은 그만큼 값지다. 이날 장만위는 심사위원석에 앉아 있었다. 전도연은 영어와 프랑스어를 능통하게 구사하는 장만위처럼 세계영화계 인사들과 스스럼없는 만남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강수연이 베니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을 당시 청룽(成龍) 영화의 핀업 걸에 불과하고 나이도 두 살이나 많았던 장만위, 이제 강수연을 능가하는 스타가 된 그의 필모그래피는 80편이 넘는다. 전도연은 겨우 10편의 영화를 찍었을 뿐이다.

전도연은 칸에 와서 크게 느낀 점이 있다고 했다. 공식시사 때 자신의 앞줄에 앉았던 쿠엔틴 타란티노(미국) 감독이 2시간 22분 내내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영화를 보는 모습에서. 또 영화가 끝나자 진심 어린 마음으로 열렬히 기립박수를 보내는 관객들 모습에서. 사람들은 좋은 영화를 보고 싶어 하지 그게 할리우드 영화이건 프랑스 영화이건 한국영화이건 상관없다는 점을. 그래서 최근 침체에 빠진 한국영화도, 좋은 한국영화보다 보편적 기준에서 누구나 인정할 좋은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결혼과 함께 큰 상까지 받은 그에게 아마 2007년은 배우로서뿐 아니라 인생에서도 ‘최고의 해’일 것이다. 아니, 그의 발전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전무후무’란 표현이 무례한 것이라며 이를 철회한 송강호를 따라 ‘새로운 전환의 해’로 기억되기를 기대해 본다.

칸=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화보]제60회 프랑스 칸영화제 여우주연상 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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