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연작 선보인 오수환 전

  • 입력 2007년 4월 23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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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환 씨의 ‘변화’ 연작으로 푸른 바탕에 굵은 선이 기운차게 움직인다. 사진 제공 리씨갤러리
오수환 씨의 ‘변화’ 연작으로 푸른 바탕에 굵은 선이 기운차게 움직인다. 사진 제공 리씨갤러리
“내 그림은 알몸과 같으며 장식적이고 과잉적인 요소가 없다. 나는 내면에서 나오는 것을 즉각적으로 그린다. …직관적이며 섬광처럼 빛나는 짧은 순간에 인간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낳을 수 있다.”

오수환 서울여대 서양화과 교수가 여러 곳에서 밝힌 회화관을 정무정 덕성여대 교수가 평론에서 소개한 대목이다. 오 교수에게 작품은 서양의 재료를 가지고 동양의 명상을 표현하는 과정, 즉 오랜 침묵과 기다림 끝에 번개처럼 번뜩이는 깨달음의 표현 과정인 것이다. 그는 “화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자기와 비슷한 직관을 체험하도록 도와주는 것뿐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 교수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리씨갤러리(02-3210-0467)에서 5월 30일까지 작품전을 연다. 프랑스 전시 이후 2년 만에 여는 이 전시에서 관객들은 얼마나 작가의 직관적 행위에 공감할 수 있을까…. 오 교수가 이전에 발표한 ‘곡신(谷神)’ ‘적막(寂寞)’ 시리즈에 이어 내놓은 ‘변화’ 연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작들은 푸른색이나 회색이 대담한 붓질의 흔적을 안고 화면의 바탕을 이루는 가운데 여러 색의 선이나 점들이 찍혀 있다. 그 선이나 점은 정형이 없으며 때로는 기운찬 직선으로, 때로는 깃털처럼 가벼운 곡선으로 움직인다. 오 교수는 새의 깃털을 이용해 선의 맵시를 표현할 때도 있다. 바탕의 두꺼운 색면은 오랜 기다림이나 침묵의 바다를 가리키고, 선이나 점은 순간에 번뜩이는 ‘새로운 해석’인 셈이다.

오 교수는 화면의 바탕과 선의 충동을 느끼기 위해 1년을 기다릴 때도 있다. 작품을 만들어가는 행위와 그 속에 관객을 동참시키는 과정을 통해 속도가 미덕이 돼 버린 현대 생활에 한방 먹이는 셈이다. 선 중에는 고대 쐐기형 문자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도 있다. 그는 “그때에는 사람들이 착했지 않았느냐”며 웃는다.

허 엽 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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