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코 아트페어서 한국 화랑들 '호평'

  • 입력 2007년 2월 20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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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19일 폐막한 아르코 아트페어(미술품 시장)에서 한국 화랑들이 히트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곳에 진출한 국내 14개 화랑 중 10여개 화랑이 10만 유로(1억2000여만 원)가 넘는 매출을 올리면서 한국 미술의 힘을 보여줬다.

올해 네 번째 참가한 박영덕 화랑의 박영덕 대표는 “올해에는 주빈국 행사와 한국관 설치 등에 힘입어 대부분의 화랑들이 좋은 성과를 얻었다”며 “특히 한국의 젊은 작가들이 유럽 시장에서 호평받았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박영덕 화랑은 강형구 씨의 ‘신화’를 비롯해 김창영 함섭 씨의 작품 10여점을 판매해 10만2000 유로의 매출을 올렸다.

박여숙 화랑은 ‘동구리’의 작가 권기수 씨의 작품 130여점으로 비슷한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권 씨의 작품 중 120점은 동구리 인형(1점당 50유로)이었고, 회화와 조각 등 14점도 모두 나갔다. 박여숙 대표는 “30대 중반인 작가의 가능성을 입증받은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갤러리 시몬은 노상균 씨의 작품 8점에 이어 문범 최선명 씨의 작품을 각 3점씩 팔았다. 최 씨는 2점을 더 주문받기도 했다. 노 씨의 ‘부다’는 6만5000유로에 나가 한국 작가 중 가장 비싸게 팔린 작품 중 하나로 손꼽혔다.

학고재는 강익중 씨의 ‘해피 월드’ 5점을 비롯해 송현숙 이배 씨의 작품을 3점 씩 팔았다. 송 씨는 추가 주문 3점을 받았다. 이배 씨의 경우 3월 중순 서울에서 개인전을 연다고 하자, 연락처를 남긴 콜렉터들이 적지 않았다. 우찬규 대표는 “10억원이 넘는 외국 작품이 거래되는 것을 보고 한국 미술이 더 나아가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갤러리 인을 통해 참여한 작가로는 최우람 홍성철 씨가 주목받았다. 최 씨는 ‘기계 생물체’ 설치 작품으로, 홍 씨는 인체 프린트 스타일의 평면을 내놨다. 홍 씨는 “현대성이 있다”는 평가와 함께 스페인의 미술평론가가 비평을 제안했으며, 최 씨에게 여러 화랑에서 전시 개최를 제안해왔다.

갤러리 현대는 김준 박준범 배준성 씨의 작품들이 3~4점 씩 나갔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인체를 강렬한 구도와 색채로 묘사한 작품으로, 배 씨는 사진 위에 투명한 비닐을 덮은 뒤 그 위에 그림을 그린 아이디어로 호평받았다. 도형태 대표는 “세계 무대에서 통하려면 국제 언어를 가지면서도 독특한 개성으로 공감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폐타이어를 이용한 지용호의 조각(가나아트갤러리), 섬뜩하면서도 우스꽝스런 표정의 나신 조각으로 보는 이를 당황하게 하는 천성명 씨의 ‘그림자를 삼키다’(선 화랑), 프랑스 리옹 인근 현대미술관에서 전시 제의를 받은 임자혁의 콜라주 작품(아트파크) 등이 주목받았다.

아르코 아트페어는 라틴 미술과 현대 미술의 흐름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곳이다. 루데스 페르난데스 아르코 조직위원장은 “떠오르는 이머징 아티스트(emerging artist)의 마당이자 현대 미술의 담론을 과감하게 수용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한국 화랑들도 이 같은 특성을 감안해 젊은 신예 작가들의 작품을 대거 내보내 성과를 거뒀다. 한 미술평론가는 “화랑이나 작가들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데 비해선 결실이 상당하다”면서도 “팔린 작품들의 가격대가 낮은 편이어서 국제적인 지명도를 높일 수 있는 화랑의 시장 개척과 작가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허엽기자 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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