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권력교체? “게임이 王”

  • 입력 2007년 2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 영화 최대 흥행작 ‘괴물’(관객 1302만 명)과 온라인 게임의 선두주자 ‘리니지’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한마디로 게임이 안 된다. 리니지의 압승이다.

괴물은 555억 원의 매출을 올렸지만 리니지는 그 27배인 1조5200억 원을 벌어들였다.

문화산업의 변방에 있던 게임이 주류인 영화를 규모나 수익 면에서 압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이 영화처럼 문화산업으로 대접받으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 게임산업의 파죽지세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2004년에 처음 1조 원을 넘어 선 뒤 2005년 1조4397억 원, 2006년 1조8140억 원 등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는 2조1950억 원에 이를 것으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은 전망했다.

세계시장에서도 한국은 ‘게임 지존’이다.

2005년 기준으로 온라인 게임은 세계 1위. 미국(2위) 중국(3위) 일본(4위) 같은 쟁쟁한 국가를 모두 제쳤다. 모바일 게임은 일본 미국에 이어 3위이다.

본보가 상위 5대 게임과 역대 흥행 영화 5편의 매출 성적을 비교해 본 결과 ‘게임의 우세’가 확연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동차 경주 게임 ‘카트라이더’는 1억1750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 외 뮤(MU)와 리니지, 메이플 스토리도 회원이 5000만∼6000만 명에 이른다. 반면 1000만 명 이상의 관객이 든 영화는 4편에 불과하다.

이런 ‘대표선수’ 간의 대결뿐만 아니라 산업 종사자와 매출액 같은 ‘단체전’에서도 게임이 영화를 크게 앞서고 있다.

문화관광부의 문화산업통계에 따르면 2005년 현재 게임산업 종사자는 6만 명으로 2만9000명인 영화산업 종사자의 2배가 넘는다. 게임산업의 매출액(8조6798억 원)은 영화(3조2948억원)의 2.6배에 이른다.

○ 지속적 수익 창출이 가능한 게임 산업

영화의 수익 구조는 일회성 성격이 강하지만 게임은 지속적인 수익 창출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영화 ‘괴물’은 105일 만에 극장에서 막을 내렸다. 반면 한국 최고의 흥행 게임인 ‘리니지’는 199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도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물론 영화도 DVD 판권이나 TV 방영권을 팔아 사후 수익을 남기긴 하지만 최근 인터넷 대중화로 파일을 내려받아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이 시장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2년 3000개가 넘었던 서울 시내의 비디오 대여점은 지난해 500여 개로 줄어들었다.

온라인 게임 ‘뮤’에는 24억 원의 개발비가 들어갔다. 이 게임이 5년간 벌어들인 돈은 1962억 원으로 제작비의 82배나 된다. 반면 알짜 장사를 한 것으로 유명한 ‘왕의 남자’는 72억 원(마케팅비 30억 원 포함)의 제작비를 들여 6.6배인 474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게임은 수출에서도 영화보다 유리하다. 게임은 캐릭터의 ‘무국적성’을 이용해 한류열풍이 불고 있는 아시아를 넘어 미국과 유럽에도 활발히 진출 중이다. 한국 영화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인종적 문화적 장벽으로 고전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 게임이 넘어야 할 장벽들

게임이 한국 문화산업의 주류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이다.

권혁우 한국게임산업개발원 산업진흥팀장은 “‘게임하면 공부 안 한다’ ‘게임 오래 하다가 숨진 사람이 있다’처럼 게임에 대해서 좋지 않은 인상이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에 대한 인식 개선 노력과 산업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게임이 사회적으로 그 규모에 맞는 대우를 못 받는 것은 그 성장에도 직간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투자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게 된다는 것.

박재민 바이넥스트창업투자 부장은 “영화 산업에는 투자나 정책 지원이 잘 되고 있는데, 온라인 게임은 세계 1위인데도 투자 재원이 너무 빈약하다”며 “이는 정책 담당자나 투자자들의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가 낮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영화는 시나리오만 좋아도 대규모의 투자가 이뤄지는데 정작 아이디어 산업인 게임에서는 완성 단계에서나 투자가 이뤄지는 게 현실이다. 이런 구조는 신생 소규모 게임 개발사들의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들어 우수게임 공모전 출품작 수가 줄어드는 것도 게임산업에 대한 투자 부족이 주요인이라고 보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