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진창수]美 ‘위안부 청문회’ 역사 바로잡을 기회

  • 입력 2007년 2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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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군위안부 동원 및 만행을 규탄하고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는 결의안이 지난달 31일 다시 미국 하원에 제출됐다. 이를 계기로 15일(현지 시간) 미 의회에서 처음으로 위안부 청문회가 열린다.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美하원 결의안에 국제적 관심 쏠려

이번 결의안은 일본에서 1993년 군위안부에 대한 책임을 인정한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의 성명을 철회하려는 움직임과 ‘위안부의 성 노예화와 인신매매가 없었다’는 주장을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반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일본 정부가 이 가공할 범죄에 관해 현재와 미래 세대에게 교육하고 국제사회의 권고를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공개적으로 분명하게 역사적 책임을 인정하고, 일본 총리가 공식 성명을 통해 사과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어서 이전의 에번스 결의안보다 강도가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미 의회에서 몇 차례 시도된 위안부 결의안은 매번 본회의 상정에 실패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톰 랜토스 하원 외교위원장이 결의안을 적극 지지하는 태도여서 이번에는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결의안이 미 하원 외교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채택되면 일본 정부에 대한 압박이 한층 강화되고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국제사회의 여론이 크게 환기될 것이 분명하다. 이번 결의안이 채택돼 아시아 전쟁 피해자의 명예가 회복되고,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미 의회조차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의 미래지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마당에 이를 저지하려고 일본이 적극적인 로비를 벌이는 모습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일본 정부가 이번 결의안을 계기로 위안부 문제를 직시해 올바르게 해결하고, 과거의 짐을 미래로 가져가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이 국제적인 여론이다.

일본 정치인은 아직도 역사의 진실에 애써 눈감으려고 하는 행동을 한다. 예를 들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까지 “군위안부는 허구로서 일본 언론이 퍼뜨린 것”이라고 말하는 등 위안부 존재 자체를 부인하다가 지난해 10월 한국과 중국 방문을 앞두고 마지못해 시인했다. 자민당의 우익 인사들은 위안부 문제의 정부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개정하자고 적극 요구한다.

위안부 문제는 일본인이 이제 그만 덮어 두자고,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 일본의 이런 행동은 세계에서 분노를 자아내게 할 뿐만 아니라 그 결과 일본이 세계 속에서 고립되는 현상을 자초할 뿐이다. 일본이 스스로 역사의 함정에서 벗어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진솔한 자세를 가질 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한국정부도 적극 대응 나서야

한국 정부도 위안부 문제가 일본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고, 그를 바탕으로 바람직한 동아시아 질서로 나아가는 계기가 된다는 점을 인식하고 적극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살아 있는 위안부마저 한을 품은 채 한 사람, 두 사람 세상을 뜨는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일본계 미 의원의 외침으로 이 문제가 다시 국제적인 관심사로 떠올랐음을 반성해야 한다.

위안부 문제는 배상이나 명예 회복 차원에서 확실히 해결된 게 없다. 항상 일본에 비난의 화살을 돌리면서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개인이나 시민단체의 눈물겨운 투쟁에 현실적인 이유를 핑계로 적극 동참하지 못했다. 이제부터 우리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지속적 관심을 갖고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하도록 정부, 기업, 그리고 많은 국민이 적극적인 자세로 임해야 한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부소장·일본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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