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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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서,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잖아.” ‘숲 속 동물병원’ 인근 샛길에서 동물병원 원장의 아내가 산토끼를 쫓아가고 있다. 작은사진은 재활훈련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오고 있는 새끼여우 네 마리. 사진 제공 청어람미디어
“거기 서,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았잖아.” ‘숲 속 동물병원’ 인근 샛길에서 동물병원 원장의 아내가 산토끼를 쫓아가고 있다. 작은사진은 재활훈련을 마치고 병원으로 돌아오고 있는 새끼여우 네 마리. 사진 제공 청어람미디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케다쓰 미노루 글 사진·안수경 옮김/28쪽·8500원·청어람미디어

“야생동물에게는 주인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도 진료비나 입원비를 내지 않습니다….”

다치거나 병든 야생동물을 치료해 주는 동물병원이 있다. 제목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동물병원인 일본 홋카이도(北海道) ‘숲 속 동물병원’. 이 책은 드넓은 방풍림과 방목지에 둘러싸인 곳에 자리한 이 동물병원 원장이 기록한 진료일기다. 사진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가족들과 함께 30년간 병원을 운영하면서 이곳을 찾은 동물 환자의 입원부터 퇴원까지를 풍부한 사진을 곁들여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야생동물 병원을 운영하게 된 것은 30년 전 어린 형제가 데려온 솔개를 치료하면서부터. 홋카이도청의 담당공무원이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경고했지만 괴로워하는 동물에게 손을 내밀 줄 아는 친절 또한 소중하다는 생각에 야생동물 진료에 나서게 된다.

홋카이도는 풍부한 자연을 자랑하지만 화학비료를 많이 사용하고 차량과 쓰레기가 증가함에 따라 야생동물 환자도 늘게 된다. 농약 중독으로 날지 못하게 된 왜가리, 밀렵꾼이 버린 바늘에 발이 찔린 큰고니, 교통사고로 죽은 여우, 기름에 범벅이 된 물새….

함께 어울릴 수 없을 것 같던 야생동물 환자들은 금세 서로 친해져 사슴과 눈토끼가 사이좋게 우유를 마시고 다람쥐는 곰 인형 속에 파묻혀 잔다. 저자 가족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이 누구인지 가르치는 일. 가끔 ‘나는 인간이다’라고 착각하는 동물 환자가 있기 때문. 자연 속에 있을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롭게 풀어 놓아 자신이 다른 환자와 어디가 어떻게 다른지를 스스로 알게 한다. 자유로우면 스트레스도 줄어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동물 환자에게 치료 못지않게 필요한 것은 재활훈련. 자연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스스로 먹이를 구할 줄 알아야 한다. 의료진은 자연 속에서 구한 먹이를 찾기 힘든 장소에 숨겨 동물 스스로 찾아내게 하는 훈련을 시킨다.

생물들의 환경이 점점 나빠지고 있지만 이런 점을 이해하고 함께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환자가 오지 않기를 바라고, 입원하더라도 빨리 퇴원시키려고 안간힘을 쓰는 저자가 정말 바라는 것은 한 마리의 환자도 오지 않는 시대가 오는 거다.

“동물병원 입구에 ‘사나운 새 주의!’라는 간판이 걸리기보다는 ‘병원 폐업’이라는 간판이 걸리는 것이 훨씬 좋을 테니까요.”

김진경 기자 kj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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