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스토리 뒤죽박죽? 관객은 박장대소!

  • 입력 2007년 1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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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포장마차인 줄 알고 지나칠 뻔했다. 22일 오후 8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에 있는 게릴라 소극장.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간다)의 신작 ‘더 마스크’가 공연 중인 이 소극장 입구는 평소와는 달리 빨간 줄무늬의 허름한 천막으로 덮여 있었다. 천막 위에 붙은 흰 종이에 매직펜으로 아무렇게나 쓴 홍보문구. ‘100만 년 전통, 독특한 연극성, 범우주적 수준’, ‘극단 공연 배달 서비스 가자.’ 그 옆에는 붉은 글씨로 ‘타도, 간다!’라는 문구와 함께 ‘간다’라는 글자 위엔 굵게 ×까지 쳐져 있다. 극단 ‘간다’가 스스로를 패러디해 만든 극단 ‘가자’의 공연장에 관객들은 키득거리며 들어섰다. 매표소 앞에는 커다랗게 ‘금일 막공(마지막 공연)’이라고 쓰여 있다. 물론 이는 공연 속 공연인 ‘혹부리 영감’ 상황일 뿐 ‘더 마스크’의 ‘진짜 막공’은 28일.》

○ 관객이 배꼽 잡는 패러디

공연이 시작되자 자칭 극단 ‘가자’의 연출이 등장해 관객에게 인사말을 건넨다. “저희 극단 ‘가자’가 창단된 이후 이렇게 많은 관객이 와 주신 건 처음이에요.”

‘더 마스크’는 극중 극단 ‘가자’가 ‘웰메이드 뮤지컬’인 ‘혹부리 영감’의 막공을 시작하지만 실수로 주인공이 뒤집어쓴 신비한 마스크 하나 때문에 공연이 엉망진창이 된다는 내용의 코미디.

뮤지컬 ‘미녀와 야수’와 ‘지킬 앤 하이드’, ‘오 당신이 잠든 사이’ 등 인기 뮤지컬의 노래 7곡이 패러디돼 등장한다. 여기에 혹부리 영감이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자 산신령이 도끼를 들고 나타나는 등 ‘금도끼 은도끼’ 이야기도 뒤섞인다.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혹부리 영감 역의 배우 진선규가 혹부리 영감의 선악 양면을 1인 2역으로 노래하는 장면으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에서 지킬과 하이드가 겨루는 명장면인 ‘대결’을 패러디해 선보인다.

이어 ‘지킬 앤 하이드’ 중 하이드가 부르는 ‘얼라이브’를 악한 혹부리 영감이 음산한 목소리로 코믹하게 개사해 부를 때면 객석은 온통 웃음바다가 된다.

이날 80석 규모의 게릴라 소극장은 무대 바닥과 통로 계단에까지 20석이 넘는 보조석을 깔아야 할 만큼 관객이 넘쳤다.

‘더 마스크’는 저예산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 이야기’(거평이)로 대박을 터뜨려 대학로의 스타로 떠오른 극단 ‘간다’가 3년 만에 선보인 신작. ‘거평이’처럼 배우들이 각종 음향효과와 무대 소품을 몸으로 표현하는 등 참신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코미디다.

하지만 트라이아웃(본공연에 앞서 수정 작업을 거치기 위한 공연) 삼아 올린 공연이어서 홍보 활동 없이 12일 조용히 시작했다.

○ 작품이 좋으면 관객은 ‘온다’

그러나 ‘간다’의 신작이라는 점에 주목한 공연 팬들이 극단 홈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알고는 첫 공연부터 몰리기 시작했고 “재미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연일 좌석은 매진이다.

1부는 착하디착하던 혹부리 영감이 극을 이끌어 가고 2부에서는 하이드가 된 사악한 혹부리 영감이 1부의 내용을 살짝 뒤집어 반복한다.

‘거평이’에서 보여 준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재기 발랄한 대사, 그리고 패러디는 참신하지만 1부를 비튼 2부는 산만하고 작품이 늘어진다는 지적도 나왔다.

‘더 마스크’의 민준호 연출은 “이번에 지적된 부분들을 수정해 올여름 밀양 연극제에 선보인 후 하반기에는 완성도를 높여 장기 공연으로 다시 무대에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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