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개국에 1220종 소개… 아직은 ‘우물 안의 문학’

  • 입력 2006년 10월 20일 03시 04분


코멘트
올해도 노벨 문학상은 고은 시인을 비켜 갔다. 수상에 대한 기대와 아쉬움은 한국문학이 세계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되짚어 보게 한다.

한국문학의 해외 번역 및 출간을 주로 맡아 온 대산문화재단과 한국문학번역원의 통계(2006년 9월 현재)에 따르면 우리 문학 작품은 세계 45개국, 29개 언어로 1220종이 출간됐다. 미국이 190종으로 가장 많고 일본(193종) 프랑스(165종) 중국(137종) 독일(135종) 순이다. 초기에는 연구자들이 인맥을 통해 번역 소개하다가 1980년대 들어서야 체계적인 해외 번역이 이루어졌다. 처음에는 한국문학의 ‘존재’를 알리는 차원에서 여러 작가의 작품을 모은 선집 형태로 번역됐으며 1990년대 중반 이후 개별 작가의 작품이 단행본으로 나오게 됐다. 등단 48년이 되는 고은 시인이 해외에 본격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것도 10년 정도밖에 안됐다는 얘기다.

이 통계에 따르면 고은 시인의 작품집은 8개국에서 16종이 소개됐다. 시집보다 번역이 활발한 소설의 경우 황석영 씨는 7개국 23종, 이문열 씨는 12개국 31종, 이청준 씨는 10개국 28종이 번역됐다(선집 제외). 출판사나 번역자가 개별 소개한 것이 전부 다 포함된 수치는 아니라 해도 작가별로 10여 개국에서 20∼30종이 출간됐음을 알 수 있다.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팀장은 “세계적인 작가들과 비교하면 책 발행 국가나 종수가 뒤지는 데다 재판을 찍는 경우는 10권 중 한 권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무크 씨의 경우 ‘내 이름은 빨강’ 한 종만 32개국에서 번역됐다.

한국문학이 2000년대 이후 빠르게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어가는 것은 사실이다. 프랑스의 갈리마르와 쇠유, 독일의 주어캄프, 미국의 하이페리온과 세븐스토리스 등 세계 각국의 유명 출판사에서 고은 황석영 이문열 서정인 씨 등이 잇달아 책을 냈다. 황석영 이승우 씨가 프랑스 유수의 문학상인 페미나상 후보에 오르는 등 해외에서 인정받는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프랑크푸르트도서전 주빈국이 되면 대개 4, 5년 내에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가 나온다는 통계도 기대를 부풀게 한다(우리나라는 지난해 주빈국으로 참가했다).

서울대 김성곤(영문학) 교수는 새 평론집 ‘글로벌 시대의 문학’(민음사)에서 “좋은 번역자를 많이 발굴해야 하며, 작품을 많이 번역해야 하고, 무엇보다 작가들이 세계무대에 내놓을 만한 수준 높은 작품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곧 우리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담은 말이기도 하다.

클릭하면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위의 이미지 클릭후 새창으로 뜨는 이미지에 마우스를 올려보세요. 우측하단에 나타나는 를 클릭하시면 크게볼 수 있습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