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논술잡기]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 지 않는다

  • 입력 2006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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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 지 않는다/고도원/261쪽 8900원/꿈엔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자격고사화 추세에 따라 논술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제 내신과 수능에 더해 학생과 학부모들은 논술을 향해 박차를 가해야 할 판이다. 하지만 질주는 종종 자신이 왜 달리고 있는지를 잊게 만든다. 질주하는 무리 속에선 무엇을 위해 살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 삶의 목적이나 논리를 생각할 겨를이 없다.

한참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도, 수업 시간에 세상모르고 자는 학생들도 삶에 대한 성찰이 모자란 까닭이다.

바쁜 걸음을 멈추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라고 이 책은 말한다. 노숙인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방법은 당장 먹을 밥을 챙겨 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삶의 목적을 세우고 이에 맞춰 노력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같은 이치로 자기만의 빛깔을 가진 행복한 삶은 생각을 바꾸고 세상을 달라보이게 한다. 무의미하고 지루하게 끌려 다니는 삶에서 논리나 논술을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 우리는 희망으로 가는 길을 열어야 한다. 발 없는 상이용사 밥 위랜드는 4500km에 이르는 북미대륙을 3년 8개월에 걸쳐 완주한다. 그가 두 팔과 엉덩이로 그 먼 길을 달린 이유는 희망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야생초는 황대권의 삶을 바꾸었고, ‘벌레’라는 별명을 가진 스티븐 스필버그를 집단따돌림(왕따)에서 구한 건 영화였다. 꿈과 희망은 평범한 날들을 바꾸어 놓고, 보잘것없는 인생을 변화시킨다.

꿈을 가진 사람은 또 서로 만난다. KFC의 창시자 커널 샌더슨은 자신의 치킨 맛을 알아줄 투자자를 찾아 트럭에 압력솥과 양념을 싣고 다녔다. 마침내 사회보장 혜택으로 근근이 살아가던 65세의 노인은 1008번의 딱지 끝에 패스트푸드의 아버지가 된다.

월트 디즈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캐릭터 자체만으로 자동차 100만 대의 수입을 벌어들이는 미키마우스나 세계 인구 10분의 1이 찾은 디즈니랜드는 301번의 거절을 당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던 디즈니의 꿈의 결과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를 진정한 행복으로 이끄는 것은 나눔과 사랑이라는 사실이다. 경주 최 부자의 이야기나 소설 ‘상도’의 계영배가 전하는 메시지도 절제와 나눔이 행복의 원리라는 사실이다. 나무가 자신을 위해 그늘을 만들지 않듯 우리도 혼자서는 어떤 행복도 만들지 못한다.

그러고 보면 논리는 내 삶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여 이웃과 세계에 대한 사랑과 관심에서 완성된다. 우리를 감동시킬 수많은 예화와 귀한 체험을 통해 삶의 지혜와 논리를 익히면 어떨까.

문재용 서울 오산고 국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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