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토크]삼켰을때 목젖을 울리는 드라이한 맛

  • 입력 2006년 9월 2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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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디(body). 와인을 마시다 보면 자주 듣는 단어다. 이 말은 혼자 쓰이지 않는 특징이 있다. 앞뒤에 다양한 형용사를 달고 다닌다.

‘좋다, 나쁘다. 무겁다, 가볍다. 짱짱하다, 부실하다. 단단하다, 약하다….’

마치 몸의 상태를 표현하는 말 같다. 영어로 보디가 ‘몸’인 것처럼. 그렇다. 보디는 와인의 몸이다. 다만 사람의 몸은 눈으로 확인하지만 와인의 보디는 입으로 느낀다. 그럼 무엇을 느낄까. 이것도 사람의 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게, 부피, 느끼함, 강약….’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지방이 듬뿍 든 우유와 지방을 뺀 저지방 우유를 입 안에 넣었을 때의 느낌을 떠올려 보자. 전자가 후자보다 무겁고 느끼한 느낌일 것이다.

와인을 많이 마셔 본 사람은 향만으로도 보디를 짐작한다. 또 일정한 경지에 오른 와인전문가들은 입 안의 느낌도 중요하지만 와인을 삼킬 때 느껴지는 것이 진짜 ‘보디’라고 말한다.

팔레 드 고몽 서현민 대표는 “입 안에서는 드라이한(떫은) 느낌이 없다가 목을 타고 넘어가면서 드라이한 느낌이 갑자기 나타나는 와인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와인들이 보디가 좋은 와인이라는 것.

모든 와인은 자신만의 보디를 갖는다.

보디의 종류는 크게 라이트(light), 미디엄(medium), 풀(full)로 나뉜다. 풀 보디 와인일수록 입에 꽉 찬 느낌을 준다. 일명 ‘몸짱 와인’이다.

와인의 보디 차이는 알코올 도수, 타닌과 글리세린의 함유량, 당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알코올 도수가 높을수록, 탄닌과 글리세린이 많을수록 풀 보디 와인이 탄생한다. 입 안의 미각세포를 더 많이 자극해 풍부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수십 년을 기다려야 제 맛을 내는 명품 와인은 풀 보디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다. 명품 와인은 풀 보디의 느낌이 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미디엄 보디에 가까워진다.

와인을 마시면서 다양한 보디의 세계에 빠져 보자. 단, 보디의 정답을 놓고 다투진 말자. 어떤 사람에게는 풀 보디하게 느껴지는 와인이 다른 사람에게는 미디엄이나 라이트 보디 와인일 수 있다. 사람의 미각은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잠깐!=포도 품종별로 보면 대개 프랑스는 가메→피노 누아→카베르네 프랑→메를로→시라→카베르네 소비뇽→말벡의 순으로 풀 보디 와인에 가깝다. 이탈리아는 바르베라→산지오베제→네비올로의 순.

이호갑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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