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김구 탄생130주년… “나라가 혼란할때 필요한 지도자”

  • 입력 2006년 9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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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백범의 사상과 민족운동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2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3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에서 참가자들이 백범의 사상과 민족운동에 대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김미옥 기자
《“요즘처럼 국론 분열로 혼란이 빚어질 때 이런 분이 있어야 하는데….” 김한석(83·경남 창원시) 씨는 “광복 직후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백범 김구의 연설을 들은 뒤 백범을 존경했다”며 “지금까지 백범만 한 지도자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백범김구선생기념사업협회’는 22일 서울 용산구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백범 김구 선생 탄생 130주년 국제학술회의’를 열었다. 이 학술대회에 참가한 한국과 중국의 학자 12명은 백범에 대해 “탁월한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

○확고한 권위와 지도력

이날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1919년 임시정부 수립 이후 많은 지도자가 있었고 군대 편성 계획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실현시킨 이는 김구뿐”이라며 “조선에서 멀리 떨어진 충칭(重慶)에서 한국광복군을 만들어 낸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광복군은 1941년 설립 당시 30명에 불과했으나 1945년 8월 국내 진공 계획을 수립할 때는 700명에 이른다. ‘사상계’의 편집인이었던 장준하가 김구의 광복군 창설 소식을 듣고 일본군에서 탈출해 충칭으로 간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중국 쑨커즈(孫科志) 푸단(復旦)대 교수도 “혼란스러웠던 중국에서 정치적 난민에 가까웠던 한인 사회를 유지하고 임시정부 등 독립 운동의 기반을 갖춘 것은 김구의 면모를 보여 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권오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백범은 민족의 독립만을 생각한 지도자”라며 “청년시절부터 동학 불교 기독교에 차례대로 귀의한 것은 모두 독립을 위한 힘을 모으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려 깊은 지략가-김구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는 윤봉길과 이봉창의 의거를 주도한 한인애국단을 ‘테러리스트’로 평가하는 국내 일부 학자의 시각에 대해 “상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백범이 한인애국단을 이끌었던 1930년대는 ‘완바오산 사건’으로 중국 내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됐고, 만주사변으로 일본이 중국 각지를 점령하면서 중국에서도 독립운동을 펼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 신 교수는 “임시정부는 열세적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한인애국단을 운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7개월에 불과한 한인애국단 활동 기간 중 백범이 중국 국민당에서 독립군 장교 양성 지원 약속을 받아낸 것도 백범의 치밀한 지략을 보여 주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한인애국단의 활동은 임시정부의 지시가 있었으므로 테러가 아니라 정부 차원의 ‘특공작전’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에 소홀했다?

이택휘 전 서울교육대 총장은 “중국 공산당과의 협력 부재나 당시 강대국인 소련에 대해 배타 정책을 쓴 것은 외교적 투박함”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용하 교수는 “중국 국민당과 군사 협력 관계에 있었던 상황에서 백범이 공산당과 공식 관계를 모색하기는 어려웠다”며 “당시 장제스(蔣介石)를 설득해 카이로회담에서 한국의 독립을 명문화한 것은 백범 외교의 진가”라고 설명했다.

한시준 교수도 “백범이 광복군의 연합군 OSS부대 참가를 주도한 것은 승전 후 연합국의 지위를 획득하려 한 것”이라며 “이는 백범이 외교에서 상당한 전략을 구사했음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의 사회를 맡은 한상도 건국대 사학과 교수는 “동북공정으로 어수선한 때 민족주의의 상징인 백범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며 “백범의 유산은 타 민족과 선린 우호 관계를 유지하라는 ‘열린 민족주의’인데 이를 잘 계승하는 것이 우리의 숙제”라고 정리했다.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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