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의 동기는 상 아닌 호기심”… ‘연세노벨포럼’

  • 입력 2006년 9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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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연세대에서 열린 ‘연세노벨포럼’에 초청된 세계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정창영 연세대 총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로버트 먼델(1999년·경제학상), 페리드 머래드(1998년·의학생리학상), 루이스 이그내로(1998년·의학생리학상), 아론 치에하노베르(2004년·화학상) 씨.
11일 연세대에서 열린 ‘연세노벨포럼’에 초청된 세계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정창영 연세대 총장의 환영사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로버트 먼델(1999년·경제학상), 페리드 머래드(1998년·의학생리학상), 루이스 이그내로(1998년·의학생리학상), 아론 치에하노베르(2004년·화학상) 씨.
“과학자는 신도, 영웅도 아닙니다. 과학을 탐구하는 순수한 학문적 열정만이 있을 뿐입니다.”

세계 각국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연세대에 모여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기초과학에 대한 생각을 쏟아냈다.

11일 연세대에서 열린 ‘연세노벨포럼’에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2004년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 아론 치에하노베르(이스라엘) 씨는 “연구 성과를 논문 수나 상 등 수치로 측정하려 해선 안 된다”며 “그런 식의 부담은 부정행위를 낳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치에하노베르 씨는 “얼마 전 한국에서 일어난 황우석 박사 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며 “(논문 조작 등이) 황 박사의 지시로 벌어진 일이긴 하겠지만 한편으론 한국 사회가 황 박사에게 얼마나 많은 부담을 줬는가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과학자는 자신의 호기심을 충족하기 위해 연구해야지 상을 탈 목적으로 연구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이날 또 다른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2002년 노벨 물리학상 공동 수상자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 씨는 기초과학 발전을 위한 아시아 젊은이들의 역할에 대해 역설했다.

그는 “지난 20세기에 기초과학은 많은 발전을 이뤘지만 대부분은 유럽, 미국 등 서구에서 나온 성과물이었다”며 “21세기에는 아시아 국가들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지금까지 중국에서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가 3명 나왔지만 모두 미국에서 공부한 사람들”이라며 “아시아에서 공부한 젊은이들도 세계 기초과학 발전에 공헌할 수 있도록 아시아 국가들이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고려해 보자”고 제안했다.

11일 시작돼 12일까지 연세대에서 열리는 연세노벨포럼은 연세대가 기초과학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행사로 물리학 화학 의학 경제학 분야의 노벨상 수상자 8명이 초청됐다.

국내에서는 민동필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 최진호 이화여대 화학과 석좌교수, 백융기 연세대 생화학과 교수, 교육인적자원부 김광조 차관보, 한덕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등이 토론자로 나섰다.

한편 노벨상 수상자들이 ‘생명과학의 미래’, ‘과학교육 발전을 위한 정부, 기업, 대학의 역할’, ‘한국과 세계 경제의 도전 과제와 전망’ 등을 주제로 강연과 토론회를 벌인 이날 포럼장에는 고교생 200명과 대학생, 일반인 등 1000여 명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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