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임상민]1960년대 시대극에 21세기 미니스커트?

  • 입력 2006년 8월 31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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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드라마 중에서 특정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시대극은 그야말로 한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를 통해 지난날의 우리 모습을 재조명하는 것으로 시청자에게는 요즘 생활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 때문에 조그만 소품 하나도 소홀히 다룰 수 없고, 의식주에서부터 모든 것이 그 시대와 같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등장인물의 옷과 머리 모양, 여성들의 얼굴 화장, 구두와 가방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드라마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할 정도로 시대상을 나타내는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이렇게 중요한 옷차림이 어찌된 까닭인지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요즘의 옷차림으로 드라마가 진행되는 것을 보면 어리둥절하지 않을 수 없다.

아무리 1960년대 자동차를 타고, 다이얼 전화를 사용한다 해도 요즘의 옷차림으로 나오면 그 드라마가 시대물인지 현대물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이런 현상은 지난해부터 최근에 방영된 드라마 상당수에서 볼 수 있다.

그중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비키니 수영복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나타난 해는 1950년이다. 그런데 드라마의 시대 배경은 1930년인데 비키니 수영복을 입은 여성이 나온다. 또 1910년대 여성이 프릴과 레이스가 달린 블라우스, 플레어 스커트를 입고 나오기도 한다.

196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 요즘에나 유행하는 미니스커트 차림이 나오는 등 옷차림으로 보면 영락없는 현대물이다. 검정 고무신을 주로 신던 1970년대지만 드라마에서는 어린이가 요즘의 캐주얼 슈즈를 신고 있다. 1970년대 남성의 양복 차림은 요즘 신사복 광고에 그대로 나와도 될 정도다.

드라마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며, 연출을 맡은 프로듀서는 무엇을 보여 주려는지 궁금하다.

옷차림은 그 시대의 생활이며 문화이자 사회상이다. 그때의 모습 그대로 전달해 참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대극의 역할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일부 과장된 표현을 하거나 단순화하는 것은 연출자의 영역이다. 하지만 옷차림이 시대에 맞지 않고 넘나들면 시대극의 묘미는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시대극을 보면 당시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요즘은 찾아보기 힘든 소품을 구하는 등 많은 고생을 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다만 배경이 되는 시대와 어울리지 않는 복장이 나오면 ‘옥에 티’ 정도가 아니라 드라마 분위기마저 어색하게 해 아쉽다.

우리나라 드라마 수출이 활발하다. 그러나 외국에서의 한류열풍 또한 이런 것 하나하나가 제대로 표현될 때 더욱 오랫동안 지속될 것 같다.

임상민 패션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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