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95>樂天安土

  • 입력 2006년 8월 23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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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괴롭고 짜증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성현들은 어떻게 해결했을까? 중국의 성현이라고 일컬어지는 舜(순) 임금도 임금이 되기 전 가난한 시절을 보낸 적이 있었다. 오직 채소를 먹으며 볼품없는 식단으로 연명해 갔다. 그는 평생 이런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므로 이런 생활을 당연하게 여겼으며, 가난 때문에 원칙을 벗어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가 임금이 되자 여러 가지 상황이 변했다. 아름다운 수를 놓은 옷을 입게 되었으며, 주변에는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과 시중을 드는 여인이 있게 되었다. 그는 이런 상황을 원래부터 그래왔던 것으로 여겼다. 그러므로 교만해지지도 않았고 이런 상황을 더욱 좋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았다.

두 가지 생활 자세의 특징은 그에게 욕망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생활 자세, 마음 자세를 ‘樂天安土(낙천안토)’라고 한다. ‘樂’을 ‘악’으로 읽으면 ‘음악, 악기’라는 뜻이다. ‘絃樂(현악)’은 ‘줄이 있는 악기, 혹은 그러한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하며, ‘管樂(관악)’은 ‘피리와 같이 대롱으로 만든 악기, 혹은 그러한 악기로 연주하는 음악’을 말한다. ‘樂’을 ‘요’라고 읽으면 ‘좋아하다’라는 뜻이 된다. ‘樂山樂水(요산요수)’는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한다’라는 뜻이다. ‘樂’을 ‘락’으로 읽으면 ‘즐기다’라는 뜻이다.

‘天’은 ‘하늘, 혹은 하늘의 뜻’을 말한다. ‘安’은 ‘편안하다, 편안하게 여기다’라는 뜻이다. ‘土’는 ‘흙, 땅’이라는 뜻이지만 여기에서는 ‘자기가 사는 땅, 자기의 처지’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樂天安土’는 ‘하늘의 뜻을 즐겁게 여기고, 자기가 사는 처지를 편안하게 여긴다’라는 말이 된다. 우리는 즐겁게 살아야 할 권리가 있지만, 즐겁게 살아야 할 의무도 있다. 걱정스러운 일이 있을 때, 짜증이 날 때, 부질없는 욕망에 사로잡힐 때, ‘樂天安土’의 심정을 간직해 보자.

허 성 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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