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92>講·構·購

  • 입력 2006년 8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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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골문(甲骨文)에서 ‘8(구)’는 두 마리의 물고기가 머리를 맞대고 있는 모양을 나타낸다. 이러한 모양은 곧 ‘만남’을 상징한다. 물고기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으로 보면 이 ‘만남’은 ‘정교한 만남’이며, ‘어려운 만남’인 것 같다. ‘8’와 ‘言(말씀 언)’이 합쳐진 ‘講(강)’은 ‘말이 서로 만나는 것’을 나타낸다. 말이 서로 만나는 것은 어떠한 상황인가? 이는 사람들이 만나서 토론을 하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講’의 진정한 의미는 ‘토론하다’이다. ‘토론하다’로부터 ‘의논하다, 따지다, 모의하다’라는 의미가 나왔으며, 이로부터 ‘이야기하다, 조사하다, 풀이하다, 해석하다’라는 의미도 나왔다. ‘講義(강의)’는 ‘옳은 것을 토론하다’라는 뜻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무엇이 옳은가를 토론하다’라는 뜻이다. ‘義’는 ‘옳다, 바르다’라는 뜻이다. ‘8’와 ‘木(나무 목)’이 합쳐진 ‘構(구)’는, ‘나무가 서로 만나는 것’을 나타낸다. 예전에는 나무와 나무를 엮어서 집과 같은 건물을 지었다. 그러므로 나무와 나무가 서로 만난다는 것은 나무를 얽고 짜는 것을 나타낸다. 이에 따라 ‘構’의 의미는 ‘얽다, 짜다, 집을 짓다’가 된다. 이러한 의미로부터 ‘글을 짓다, 생각을 짜내다, 꾸미다’라는 의미가 나왔다. ‘構成(구성)’은 ‘얽어서 이루다’라는 뜻이고, ‘構想(구상)’은 ‘생각을 얽다’라는 뜻이며, ‘構文(구문)’은 ‘문장을 얽다, 문장을 형성하다’라는 뜻이다. ‘8’와 ‘貝(조개 패)’가 합쳐진 ‘購(구)’는, ‘조개가 서로 만나는 것’을 나타낸다. 중국의 고대에는 조개껍데기가 화폐로 사용되었으므로 조개는 곧 재물을 의미했다. 그러므로 ‘조개가 서로 만나는 것’은 ‘재물이 서로 만나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것이 자신의 물건으로 타인의 물건을 바꾸어 왔던 물물교환이다. 따라서 ‘購’는 ‘사다, 팔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사다’라는 뜻으로만 사용된다. ‘購買(구매)’는 ‘사고 사다’라는 말로서 ‘사다’라는 뜻이며, ‘購販場(구판장)’은 ‘사거나 판매하는 장소’라는 뜻이다. ‘販’은 ‘사다, 팔다’라는 뜻을 모두 가지고 있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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