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재미작가 곽수 5~18일 ‘치유의 빛’

  • 입력 2006년 7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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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속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치유의 빛’ 시리즈로 선보이는 재미작가 곽수 씨. 사진 제공 선화랑
삶 속에서 겪은 고통과 아픔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치유의 빛’ 시리즈로 선보이는 재미작가 곽수 씨. 사진 제공 선화랑
온전한 캔버스가 거의 없다. 캔버스를 여기저기 오려 내거나 찢고, 다른 종이를 붙이거나 낚싯줄로 조각조각 꿰맨 흔적까지 보인다. 화면이 여러 개 겹쳐진 그림에서 드러난 구조의 중첩성은 복잡하게 얽혀 버린 우리네 삶을 연상시킨다. 거친 붓으로 달과 해, 물 등을 추상화한 이미지와 파랑 노랑 빨강 등의 밝은 물감이 어우러진 화면들. 때론 그 위에 성경책의 낱장이 붙어 있다. 뚫린 캔버스 틈새로 환한 빛이 새어 나오는 듯하다. 그래서 보는 이의 마음의 고요를 이끌어낸다.

5∼18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재미작가 곽수(57) 씨의 ‘치유의 빛’전에 나온 작품들이다. 그는 이리저리 찢고 덧붙인 화면을 통해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 아픔을 극복하며 평안과 희망을 찾아가는 자신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이상하게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작품이 하나씩 완성돼요. 최근 몇 년간 남편의 급작스러운 병고와 가까운 가족의 죽음 등 힘든 일을 잇달아 겪으면서 인생에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지요. 내적인 평화라는 답이 나오더군요. 그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오랫동안 빛을 주제로 작업해 온 작가는 이번에 ‘치유’란 단어를 덧붙였다. 화면을 찢은 다음 다시 꿰맨 것은 시련과 극복의 과정이자, 작가가 세상에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를 상징하는 것.

미술평론가 이재언 씨는 “자연의 빛을 근거로 한 원과 선의 미묘한 조화와 율동성, 겉과 밖의 소통이 이뤄지는 화면의 공간감은 인생의 여정을 보여 줌과 동시에 치유의 과정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다”고 평했다.

부산 동래구의 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난 작가는 아버지가 국회의원 선거에 떨어지면서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바람에 힘들게 대학 간호과를 마쳤다. 취업 겸 유학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으나 대학 편입시험에 떨어지자 미술을 시작했다. 낯선 땅에서 우연찮게 예술의 길에 들어선 뒤 뉴욕 화랑의 전속작가로 활동하기까지 힘든 고비도 많았다.

사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인 남편과 한국에 정착하겠다며 서울에 온 뒤 남편이 뜻하지 않은 병으로 죽을 고비를 맞기도 했다. 남편의 치유를 위해 간절히 기도하던 이야기, 유대계 미국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를 둔 딸이 정체성의 혼란으로 고민하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해진다. 그럼에도 이런 고통과 시련이 예술의 자양분이 됐다고 말한다.

“내가 실패라고 생각할 때 늘 기회가 주어지더라고요.”

삶은 실패와 아픔이 있어 더 아름답다. 이 작가의 그림이 던지는 메시지다. 02-734-0458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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