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1906∼1965·사진) 선생이 스승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대거 발견됐다.》
이 편지들은 3월 말 안익태기념재단(이사장 김형진)이 안 선생의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것. 이 편지들과 함께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안 선생 자택에 보관돼 있던 각종 유품 145점이 27일 국내에 들어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품에는 슈트라우스가 선물한 지휘봉, 월트 디즈니가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년)에 삽입할 클래식 음악의 선곡을 의뢰하며 안 선생에게 직접 그려 선물한 만화, 바르토크와 코다이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주고받은 수십 통의 편지, 안 선생이 창설한 마요르카교향악단의 전체 연주 프로그램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올해 초 10분 분량의 피날레 부분만 발견됐던 ‘마요르카 교향시’는 이번에 자필 악보 전체가 발견됐다. 이 곡은 12월 5일 KBS홀에서 열리는 ‘안익태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될 예정이다.
한편 안 선생의 둘째 딸 안나 씨 부부와 셋째 딸 레노아(54) 씨, 외손자 미겔 씨 등 유가족 4명이 23일 내한했다. 이들은 26∼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행사 중 스페인 마요르카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안 선생 기념 전시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는 안 선생 관련 미공개 사진 12점이 전시된다.
25일 낮 강남구 대치동 안익태기념재단 사무실을 찾은 셋째 딸 레노아 씨는 “어머니(롤리타 안·91)가 아버지의 평생이 담긴 이 유품들을 보내면서 많이 우셨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안 선생이 1942년 독일에서 만주국 창건 기념가를 지휘한 동영상이 발견돼 한국에서 친일 시비가 불거진 데 대해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나는 한국인 음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한국 환상곡’의 애국가 합창은 꼭 한국어로 부르게 했던 분”이라며 “아버지는 절대 친일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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