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익태의 혼 ‘완전한 귀향’

  • 입력 200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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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선생의 유품을 기증한 셋째 딸 레노아 씨(오른쪽)가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안익태기념재단을 찾아 김형진 재단이사장에게 아버지가 남긴 악보, 편지, 사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안익태 선생의 유품을 기증한 셋째 딸 레노아 씨(오른쪽)가 25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안익태기념재단을 찾아 김형진 재단이사장에게 아버지가 남긴 악보, 편지, 사진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기증된 유품 속에서 악보 전체가 처음 발견된 안익태 선생의 작품 ‘마요르카 교향시’. 박영대 기자
기증된 유품 속에서 악보 전체가 처음 발견된 안익태 선생의 작품 ‘마요르카 교향시’. 박영대 기자
《“존경하는 안 선생님, 편지 감사드립니다. 다음 번에 다시 마요르카로 갈 일이 생기게 되면 선생님을 뵙고 마요르카교향악단의 연주를 듣도록 하겠습니다….”(1952년 3월 30일 카라얀이 안익태 선생에게 보낸 편지 중)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은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1906∼1965·사진) 선생이 스승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1864∼1949),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1908∼1989)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주고받은 편지가 대거 발견됐다.》

이 편지들은 3월 말 안익태기념재단(이사장 김형진)이 안 선생의 유족들로부터 기증받은 것. 이 편지들과 함께 스페인 마요르카 섬의 안 선생 자택에 보관돼 있던 각종 유품 145점이 27일 국내에 들어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유품에는 슈트라우스가 선물한 지휘봉, 월트 디즈니가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판타지아’(1940년)에 삽입할 클래식 음악의 선곡을 의뢰하며 안 선생에게 직접 그려 선물한 만화, 바르토크와 코다이 등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주고받은 수십 통의 편지, 안 선생이 창설한 마요르카교향악단의 전체 연주 프로그램 등이 망라돼 있다. 특히 올해 초 10분 분량의 피날레 부분만 발견됐던 ‘마요르카 교향시’는 이번에 자필 악보 전체가 발견됐다. 이 곡은 12월 5일 KBS홀에서 열리는 ‘안익태 100주년 기념 음악회’에서 KBS교향악단에 의해 초연될 예정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허영한 교수는 “그간 간헐적으로 입수됐던 안 선생의 유품이 이번에 모두 돌아온 것”이라며 “유럽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안 선생의 음악세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귀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 선생의 둘째 딸 안나 씨 부부와 셋째 딸 레노아(54) 씨, 외손자 미겔 씨 등 유가족 4명이 23일 내한했다. 이들은 26∼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태평양홀에서 열리는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행사 중 스페인 마요르카 상공회의소가 주최하는 안 선생 기념 전시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 행사에서는 안 선생 관련 미공개 사진 12점이 전시된다.

25일 낮 강남구 대치동 안익태기념재단 사무실을 찾은 셋째 딸 레노아 씨는 “어머니(롤리타 안·91)가 아버지의 평생이 담긴 이 유품들을 보내면서 많이 우셨다”고 말했다.

그는 유품과 관련해 “슈트라우스는 1936년경 오스트리아 빈 음악홀에서 아버지의 첼로 연주를 듣고 처음 만나 아버지와 제자이자 친구로서 교분을 나눴다”고 밝혔고, “악보를 늘 외워서 지휘했던 아버지는 독일의 지휘자 카라얀의 지휘 스타일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안 선생이 1942년 독일에서 만주국 창건 기념가를 지휘한 동영상이 발견돼 한국에서 친일 시비가 불거진 데 대해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세계 어느 곳에 가서도 ‘나는 한국인 음악가’라고 자신을 소개했고, ‘한국 환상곡’의 애국가 합창은 꼭 한국어로 부르게 했던 분”이라며 “아버지는 절대 친일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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