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56>利(리)

  • 입력 2006년 5월 19일 03시 03분


코멘트
‘利(리)’는 ‘禾(화)’와 ‘도(도)’가 합쳐진 글자이다. ‘도’는 원래 ‘刀(도)’인데 글자의 모양만 변한 것이다. ‘禾’는 ‘벼’, ‘刀’는 ‘칼, 칼로 자르다’라는 뜻이므로, ‘利’는 벼를 칼로 자르는 것을 나타내는 글자다. 이는 익은 벼를 잘라 내는 것, 즉 벼의 수확을 말한다.

벼를 수확해 내는 칼은 날카롭다. 따라서 ‘利’에는 ‘날카롭다’라는 의미가 있다. ‘銳(날카로울 예)’와 함께 쓰인 ‘銳利’는 ‘날카롭고 또 날카롭다’는 뜻이다. 벼를 수확하면 이는 곧 이득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利’에는 ‘이득’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權利(권리)’는 ‘균형에 맞는 이득’이라는 뜻이다.

‘權’은 원래 ‘저울의 추’를 나타낸다. 옛날의 대저울로 물건을 다는 경우에는 저울의 추를 좌우로 이동하여 저울대가 균형을 이루도록 하였다.

이에 따라 ‘權’은 ‘균형을 맞추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다. ‘利權’은 ‘이득과 관련된 권리’라는 뜻이다. ‘이득’으로부터 ‘이자, 이식’이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사람은 누구나 ‘이득, 이익’을 좋아하고 이를 욕심낸다. 따라서 ‘利’에는 ‘즐거워하다, 탐하다’라는 뜻도 생겨났다. 이익을 좋아하고, 이를 탐하게 되면 사리사욕이 생긴다. 그러므로 ‘利’에는 ‘사리(私利)’라는 뜻도 있다.

‘이득’으로부터 ‘이롭다’라는 의미가 나타난다. ‘便利(편리)’는 ‘편하고 이롭다’라는 뜻이고, ‘利用(이용)’은 ‘이롭게 사용하다’라는 뜻이며, ‘利敵行爲(이적행위)’는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는 뜻이다. ‘이롭다’라는 뜻에서 ‘편리, 편의’라는 의미가 나왔다. ‘利尿作用’은 ‘소변을 편하게 나오도록 하는 작용’이라는 뜻이고, ‘利尿劑(이뇨제)’는 ‘소변을 편하게 나오도록 하는 약제’라는 뜻이다.

어떤 사물을 가장 이롭게 사용하는 것은 곧 그 사물의 기능이나 작용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利’에는 ‘기능(機能), 작용’이라는 의미도 있다.

관개나 저수 시설, 또는 농로의 관리 등을 담당하는 ‘水利事業(수리사업)’은 ‘물의 기능을 이용하는 사업’이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