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공포의 아줌마 족구단!

  • 입력 2006년 5월 12일 02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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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 족구회’의 여성팀 조경희 김은순 서옥경 서은경 우송희(왼쪽부터) 씨. 이들은 “족구 없는 생활은 이제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길거리 족구회’의 여성팀 조경희 김은순 서옥경 서은경 우송희(왼쪽부터) 씨. 이들은 “족구 없는 생활은 이제 생각할 수도 없다”고 말한다.
《처녀 시절 어머니가 “제발 밥 좀 먹어라”고 하던 그 몸매는 사라졌다. 대신 “밥 좀 그만 먹지”라는 남편의 퉁명스러운 말이 귓전을 때린다. 평균 나이 37.2세, 체중 68kg. 몸은 무겁다. 하지만 동작은 다람쥐처럼 빠르다. ‘얍’ 하는 날카로운 기합과 태권도의 발차기 동작을 연상시키는 멋진 스파이크로 공을 상대 코트에 꽂는다. “엄마, 파이팅!” 하는 격려가 나왔다. 스탠드에서 지켜보던 남자들의 얼굴에는 놀라는 표정이 역력하다. 7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망원동 망원유수지 체육공원에서 ‘길거리 족구회’(이하 길족회·회장 한권전)의 여성 팀과 남성 팀이 맞대결을 펼쳤다. ‘길족회’는 서울 마포 지역의 족구(足球) 동호회 중 하나로 회원이 60여 명이며 그중 여성은 5, 6명이다. 족구는 남성들에겐 너무나 친숙한 스포츠. 그러나 ‘길족회’의 여성들은 “이제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전국족구연합회에 따르면 동호인은 8000여 개 클럽에 7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성팀이 있는 클럽도 200개를 넘어섰고 2002년 이후 각종 대회에서는 여성부 대회가 열리고 있다.》

○ 성(性) 대결-자존심을 걸다

족구팀은 뒤편의 수비수 2명과 전면의 공격수, 공격을 도와주는 ‘띄움수(세터)’ 등 4명으로 구성된다. 이 팀은 공격수 조경희(35), 코치 겸 띄움수 김은순(40), 수비수 서옥경(43) 서은경(37) 씨와 백업 선수인 우송희(31) 씨로 구성됐다.

이날 남성팀과의 대결은 박빙의 승부였다.

조 씨가 공이 바닥에 닿기 전 몸을 날렸다. 안축 뛰어차기다. 상대 수비수는 한 박자 빠른 공격에 공을 놓쳤다. 스코어는 5―5. 이어 서옥경 씨가 주특기인 스핀 서브를 넣었다. 머리가 아니라 발로 수비하던 상대가 공을 뒤로 빠뜨렸다. 여성팀이 7-5로 앞서 나간다. 서브에 성공하면 2득점으로 인정된다.

“남자 망신 다 시키는 것 아냐.”

이 경기를 지켜보던 남성 동호회원들 사이에서 웃음과 함께 야유가 나왔다.

첫 세트는 15-9로 여성팀의 승리였다.

이 경기에서 지면 1인당 여성은 2000원, 남성은 4000원의 뒤풀이 비용을 내야 한다. 남성팀 선수들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자존심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2세트는 남성 팀이 공세를 펼친 끝에 15―10으로 이겼다. 세트 스코어 1 대 1의 상황에서 마지막 3세트는 규정을 바꿔 15점이 아닌 21점 경기로 진행됐다.

남성팀 박덕규(42·한승 씨에이치 대표) 씨가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자리를 바꿨다. 그는 네트 건너편 조경희 씨와 부부다. 두 공격수를 앞세운 치열한 ‘부부 싸움’이 시작됐다. 7-7을 분수령으로 남성 팀이 앞선 끝에 21-18로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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