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인근 해역에서 발굴된 고려청자 파편을 검사하던 윤용이 명지대 미술사학과 교수는 안타까운 듯 혀를 찼다.
이 해역에선 지난해 말 약 보름간무려 1000여 점의 청자 파편이 발굴됐다. 만조 시 수심 10m, 간조 시 1m가량인 물속에서다. 한결같이 최고급 청자의 파편이었다.
윤 교수는 “형태 무늬 기법 면에서 볼 때 13세기 초 전남 강진과 전북 부안에서 만들어진 최고급 비색 청자의 파편들”이라며 “1976년 전남 신안 해저에서 발굴된 유물 이후 학술적 가치가 가장 높은 유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완형(完形)은 단 한 개도 출토되지 않았다. 보통 침몰된 자기를 인양할 경우 50∼70%가 완형으로 나오는데 비추어 모두 깨진 상태라는 건 미스터리 같은 일이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9일 공개한 파편들은 값싼 대접이나 그릇보다 매병 향로 연적 의자 등 고급제품이 대다수였다. 기법도 상감 양각 음각 투각 등 다양하며 무늬도 정교해 국보급 청자 수준이었다. 밑바닥에 동그라미 음각 표시가 있는 대접은 1230년대 강진 8호, 23호, 29호분에서만 구워진 것이어서 다른 청자들의 제작시기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그런데 왜 완형은 한 개도 나오지 않는지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다. 더구나 배와 함께 침몰된 자기는 금만 가거나 두세 조각으로 깨지는 데 비해 원산도 파편은 산산조각 나 이어 붙일 수도 없는 상태다. 도굴꾼이나 인근 주민이 안 깨진 청자를 빼돌렸다고 해도 갯벌에 묻힌 청자를 한 점도 남겨 놓지 않고 가져가긴 어렵다는 것.
해양유물전시관 측은 청자가 빠진 해역이 매우 얕고 조수간만의 차가 심한 곳이어서 거센 물살에 청자들이 서로 부딪치며 깨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깨진 단면이 마치 방금 깨진 것처럼 생생한 느낌을 주는 것도 의문이다. 800년 전 침몰됐는데도 누가 최근 인위적으로 깬 것처럼 보인다는 것.
윤 교수는 “이번 발굴은 1km 반경 안에서만 이뤄졌기 때문에 추가 발굴을 해야 미스터리를 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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