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42>愉(유)

  • 입력 2006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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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이 좋을 때 우리는 ‘愉快(유쾌)하다’고 말한다. ‘愉’에는 ‘기뻐하다’라는 뜻이 있다. 그러나 이에는 ‘게으르다, 부드러워지다, 구차하다’라는 뜻도 있다. ‘愉’에는 왜 이렇게 다양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愉’는 ‘심(마음·심)’과 ‘兪(유)’로 구성되어 있다. ‘兪’는 ‘넘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愉’는 마음이 평상을 넘어서는 어떤 상태를 나타낸다. 이에 따라 평상적 상태를 넘어서는 ‘기뻐하다’라는 뜻이 생기며, 역시 평상적인 상태를 넘어서는 ‘게으르다, 부드러워지다, 구차하다’라는 의미도 생겼다.

‘喩(유)’는 ‘口(입 구)’와 ‘兪’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는 입을 넘는 어떤 행위를 나타낸다. ‘喩’는 ‘말하다, 일러 주다’라는 뜻을 갖는데, 이는 어떤 사실이 한 사람의 입을 넘어서 다른 사람에게 전달되는 것을 나타낸다. 다른 사람에게 말해 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어떤 사실을 알게 하는 것이므로 ‘喩’에는 ‘깨우쳐 주다’라는 의미도 생기게 된다. ‘比喩(비유)’는 ‘비교하여 말하다’라는 뜻이다. ‘愈(유)’는 ‘心(마음 심)’과 ‘兪’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글자도 ‘愉’와 같이 마음이 평상적 상태를 넘어서는 어떤 상태를 나타낸다. 그러나 ‘愈’는 ‘愉’와 달리 ‘낫다, 일정한 대상보다 더 뛰어나다’라는 뜻을 갖는다. 이것도 일정한 평상적 상태를 넘어서는 것이다. ‘癒(유)’는 ‘(녁,역)(병 녁)’과 ‘愈’로 구성되어 있다. ‘愈’에는 ‘낫다’라는 뜻이 있으므로 이는 ‘병이 낫다’라는 의미이다. 환자에게 ‘快癒를 빕니다’고 말하는 것은 ‘병이 빨리 낫기를 바랍니다’라는 말이다. ‘揄(유)’는 ‘수(손 수)’와 ‘愈’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이는 손으로 어떤 정도를 넘게 하는 동작을 가리킨다. 따라서 ‘揄’는 ‘끌다, 질질 끌다, 끌어올리다’라는 뜻을 갖는다. 그런데 ‘끌어올리다’로부터 ‘칭찬하다’라는 의미가 나오며, ‘질질 끌다’로부터 ‘조롱하다’라는 의미도 나온다. ‘揶(놀릴 야)’와 함께 사용된 ‘揶揄’는 ‘놀리며 조롱하다’라는 뜻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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