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향기속으로 20선]<16>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

  • 입력 2006년 4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언젠가 저녁노을을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풀밭에 그냥 눕게 되었습니다. 그때 제 눈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습니다. 항상 발 아래로 보이던 자그마한 풀들이 제 얼굴보다 높은 위치로 올라오면서, 가느다란 풀들 사이로 노을 지는 붉은 태양이 마치 거대한 나무숲에 걸린 태양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관점을 달리하면 세상이 달라 보인다는 귀한 교훈을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본문 중에서》

제목부터 호기심이 일게 하는 이 책의 저자는 강원 영월군 서강 맑은 숲에 집을 짓고 자신의 본업인 신앙과 더불어 환경운동에 몸을 담고 있는 최병성 목사다. 그가 갑작스레 환경운동에 뛰어들게 된 배경을 ‘작가의 말’을 통해 읽어 보면 그가 자연에 대해 품고 있는 마음의 진정성에 감동받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세상으로부터 은거하기 위해 서강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어느 겨울 밤, 꽁꽁 얼어붙은 서강이 그에게 울음으로 말을 걸었다. 이제 인간들에 의해 파괴되고 말 자신의 처지를 슬퍼하면서. 그 절망어린 울음에 작가는 두 팔을 벌려 서강의 얼어붙은 얼굴을 온몸으로 껴안아 준다. ‘울지 마, 네 맑음을 지켜 줄게!’ 결국 세상을 피해 숨어들어간 서강이 도리어 작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한 것이다.

환경운동의 시작, 자연과의 대화의 시작은 작가에게 이렇게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이고 동화이고 우화이다. 이 시작으로 말미암아 씌어진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 역시 이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들과 동화들과 우화들의 모음이다. 제목에서조차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은가. 왜 딱새에게 집을 빼앗겼을까? 왜 집을 빼앗겼는데도 바보처럼 행복할까?

딱새와 한지붕 아래 살게 된 조금은 딱해 보이고 조금은 코믹한 이야기. 이 우화 속에는 자연과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살게 된 억울하면서도 즐거운 관계 맺기의 감동이 살아 있다. 또한 잠자는 듯 고요한 겨울 숲이야말로 생명의 씨앗들이 운동경기를 벌이는 가장 소란스러운 운동장이라는 이야기, 상처투성이인 못난 나무가 벌목꾼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살아남고 나중에 홍수 때 작은 벌레들의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는 이야기, 글을 따라가다 보면 한 꼭지 한 꼭지에 묘사된 ‘자연 드라마’들이 결코 상상이 아니라 작가의 실제 경험이고 아울러 우리의 실제이기도 하다는 것을 수긍하지 않을 수 없다.

40여 편의 이 모든 이야기를 작가로 하여금 체험하게 한 중요한 조건은 ‘관점을 달리하기’다. 자기 입장, 인간의 입장에서만 보지 않고 자연의 입장, 이제까지 고려해 보지 않았던 또 다른 방향과 거리에서 다시 이 세상을 본다면,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들이 상상 아닌 진실로 우리 눈앞에 펼쳐진다는 것이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위대한 장점은 이 자연 이야기가 반드시 언제 어디서고 인간의 삶과 연결된다는 점에 있다. 책에 등장하는 우화들은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고 ‘함께’ 어우러지는 이야기, 우리 삶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이야기들의 모음이다.

책의 인세를 생태박물관을 짓는 데 쓰고 싶다는 최 목사의 소원이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딱새에게 집을 빼앗긴 자의 행복론’을 이해하고 그것을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작가라면 그가 만들 생태박물관은 자연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지성희 숲생태지도자협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