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이야기]<38>書(서)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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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書(서)’는 ‘글씨를 쓰다, 기록하다, 글자, 문자, 글, 책, 장부’ 등의 뜻을 갖는다. 이 글자는 어떠한 경로를 통하여 이러한 뜻을 갖게 되었을까? ‘書’는 小篆(소전)에서는 ‘聿(붓 율)’아래에 ‘者(놈 자)’가 놓인 글자였다. 그러나 이 자형이 복잡하므로 시대의 흐름에 따라 ‘者’의 상부는 생략되고 ‘日’만 남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者’는 원래 무슨 뜻이었을까?

‘者’는 원래 풍로를 사용하여 나무를 태우는 모습을 나타낸 글자이다. 나무가 타면 까만 목탄이 되는데, 목탄은 필기구로 사용된다. ‘聿’은 ‘붓’을 나타내고, ‘者’는 ‘목탄’을 나타내므로 이들이 상하로 합쳐진 ‘書’는 ‘붓과 목탄’을 나타내는 셈이다. 따라서 ‘書’는 붓이나 목탄으로 하는 행위인 ‘글씨를 쓰다, 기록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그러한 행위의 결과로 나타나는 ‘글자, 문자, 글, 책, 장부’ 등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이다.

영어에서도 ‘char’가 동사로 사용되면 ‘나무 등을 불태워 숯으로 만들다, 까맣게 태우다’라는 뜻이며, 명사로 사용되면 ‘탄 것, 목탄’이라는 뜻을 갖는다. ‘char’에서 발전한 ‘character’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나온 말인데, 그리스어로는 ‘도장을 새기는 도구’를 의미한다. 이로부터 출발하여 ‘character’는 ‘새기다, 묘사하다’라는 의미를 갖게 되었으며, 그러한 행위의 결과인 ‘문자, 서체’라는 뜻도 갖게 되었다. 이를 보면 동서양이 모두 목탄이라는 필기도구를 이용하여 ‘글자, 쓰다’라는 의미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者’에 ‘日(해 일)’을 합친 ‘暑(서)’는 ‘해와 풍로’를 나타내는 말로서, ‘무덥다’는 의미를 나타낸다. ‘者’에 ‘읍(고을 읍)’을 합친 ‘都(도)’는 ‘검게 탄 흔적이 있는 고을’이라는 뜻으로서 ‘마을, 동네, 도읍, 서울’을 나타낸다. 이는 밥을 짓거나 음식을 만든 흔적이 많은 곳이 곧 사람이 많이 모여 사는 곳이며, 그 흔적은 숯처럼 검게 탄 상태로 남는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글자이다.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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