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발행인 조동화 씨 “30년간 무용평론가들 낳아 길렀죠”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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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서 시작한 게 어제 같은데 벌써 30년이 지났습니다. 어렵고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고 김상만 동아일보 명예회장을 비롯해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 그때마다 고비를 넘겼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무용전문 월간지로 창간 30주년을 맞은 ‘춤’의 발행인 조동화(趙東華·84·사진) 옹은 30년 세월을 이렇게 회고했다. 서울대 약대 출신인 조 옹은 동아방송 제작부장과 편성부장을 지냈으며 1960년대부터 월간 ‘신동아’에 16년간 무용평론을 기고한 1세대 무용평론가. 신인 무용수들의 산실인 동아무용콩쿠르 창설부터 시작해 20년간 도움을 줘 왔다.

지금도 서울 종로구 동숭동에 있는 ‘춤’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는 그는 “오래 살고 나이 먹으면 그냥 존경 받는 것처럼 ‘춤’ 30년도 그런 것일 뿐”이라고 겸손해하면서도 “하지만 오늘날 활발히 활동하는 무용평론가들을 길러 낸 일 하나만은 ‘춤’이 했다”고 자부심을 내비쳤다. 실제로 ‘춤’은 본격적인 평론이 거의 전무하던 시절, 무용 비평의 산실 역할을 했다. 정병호 이순열 김영태 이종호 김태원 김채현 성기숙 장광렬 씨 등 현역 평론가의 대부분은 ‘춤’ 출신이다.

'춤' 1976년 3월 창간호.

1976년 3월 창간호를 냈던 ‘춤’은 이달 통권 361호를 낼 때까지 30년 동안 열악한 재정과 무용에 대한 무관심 속에서도 단 한 호도 거르지 않았다. 문화 전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던 시절, 그중에서도 특히 취약한 무용전문지로 창간된 ‘춤’은 해외 논문과 각종 정보를 번역 게재함으로써 당시 해외 무용계 동향을 소개하는 거의 유일한 창구 역할을 했다.

30년간 외길을 걸어온 ‘춤’은 변화도 더디다. 크고 화려한 다른 무용전문지와 달리 지금도 창간 당시 판형(신국판)을 유지하고 있으며 20년 넘게 ‘200자 원고지 1장에 원고료 1000원’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조 옹의 뜻에 따라 창간 30주년 기념행사는 열지 않지만 그동안 ‘춤’이 수집해 온 수만 점의 사진 및 무용 관련 자료를 무용자료관 ‘연락재’(대표 성기숙)에 모두 기증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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