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이야기]<25회>手不釋卷(수불석권)

  • 입력 2006년 3월 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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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手不釋卷(수불석권)’이라는 말이 있다. ‘手’는 ‘손’을 나타낸다. 여기에서의 ‘不’은 ‘∼않다’라는 뜻이다. ‘釋’은 ‘풀다, 내버리다, 놓다’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放(놓을 방)’과 함께 쓰인 ‘釋放’은 ‘풀어놓다’라는 뜻이 되고, ‘解(풀 해)’와 함께 쓰인 ‘解釋’은 ‘풀고 풀다’ 즉, ‘풀어놓다’라는 뜻이 된다. ‘卷’은 ‘말다, 둘둘 감다’라는 뜻이다. 종이가 없던 시절에는 나무를 얇고 길게 잘라서 그 표면에 글씨를 쓴 후에 가죽 끈으로 연결하여 책을 만들었다. ‘冊(책)’이라는 한자는 이러한 나뭇조각이 끈으로 연결된 모양을 나타낸다. 그러나 나뭇조각은 무겁고 또한 분량이 많았으므로 후대에는 비단과 같은 옷감에 글씨를 썼다. 그리고 이를 말아서 보관하였다. 이렇게 말아 놓은 것 하나가 한 ‘卷’의 책이다. 글자 수가 많은 책은 당연히 여러 ‘卷’으로 나눠 보관했다. 오늘날 한 편의 대하소설이 여러 卷으로 구성되기도 하는데 이 경우의 ‘卷’이라는 말은 이러한 연유로 나온 것이다. 그러나 ‘卷’의 가장 근본적인 의미는 ‘말다’이기 때문에 ‘卷’이 들어간 한자는 ‘말다’라는 뜻과 관계가 있다. ‘證券(증권)’이라고 하는 경우의 ‘券’에는 ‘刀(칼 도)’가 들어가 있다. 이는 ‘글씨를 써서 말아 놓은 것을 칼로 잘라 놓은 것’이라는 말로서 ‘증서’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證券은 ‘증거가 되는 보증서’라는 뜻이다. ‘跆拳道(태권도)’는 ‘발로 밟고 주먹을 쥐는 무예’라는 뜻이다. ‘跆’는 ‘밟다’라는 뜻이고, ‘拳’에는 ‘手(손 수)’가 들어가 있으므로 ‘손을 말다’, 즉 ‘주먹을 쥐다’라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위의 의미를 정리하면 ‘釋卷’은 ‘책을 놓다’가 되고, ‘不釋卷’은 ‘책을 놓지 않는다’가 된다. 그러므로 ‘手不釋卷(수불석권)’은 ‘손이 책을 놓지 않는다’, 혹은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다’라는 뜻이 된다. 3월이다. 이제 손에서 책을 놓지 않는 ‘手不釋卷’의 시절을 보내 보기로 하자.

허성도 서울대 교수·중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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